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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삶] 매튜 본, 백조의 호수

아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늘 반갑다.
“엄마, 매튜 본 백주의 호수 보러 가실래요?”
망설이지 않고 즉시 오케이.

3년 전 유니버설 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김기민 발레리노를 보고 숨이 멎은 것 같았었다.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르는 김기민!
마린스키의 수석무용수를 볼 수 있는 귀한 기억이 떠올라 기대가 되었다.

 

 

 

6월 28일 토욜, 마곡나루 4번 출구로 나가는 길에 포스터를 보았다.
앗! 이건 뭐? 아니 백조가 남자잖아? 충격이었다.
나의 기대 속에는 이런 그림들이 들어있었기에 너무 놀랐다.

 

 

 

 

“아들, 백조가 남자잖아? 어떻게 이런 일이..”
“아~ 엄마가 모르고 오셨군요, 지난번에 본 건 클래식 발레이고, 이번은 매튜본이 새롭게 만든 거여요.”

 

 

 

 

 

영국의 천재 안무가 매튜 본, 차이코프스키의 고전 발레를
현대무용(컨템퍼러리)으로 재탄생 시켰다고 한다.
30년 전에..

아무리 그래도 모든 백조를 남자로 만들다니 완전 반전이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감각적인 안무, 그건 인정하는데
현대적 감각으로 편곡된 차이코프스키 음악은 내 안에서 자꾸 충돌을 일으켰다.

유니버설 버전의 김기민 왕자와 백조,
두 사람의 파드되와 매튜 본 버전의 같은 장면을 비교해 보았다.
우람한 남성성의 백조, 부드러운 여성성이 드러나는 왕자

호수 앞에서의 군무도 너무 다르다.

 

 

 

 

 

유니버설 버전, 백조의 군무는 맑고 부드럽고 아름답다.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만으로도 힐링이 되었었다.
하지만 매튜 본 버전, 남성 백조들의 군무는 날 것의 동물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군무가 끝날 즈음, 땀이 흘러서 번들거리는 상체의 근육이 낯설었다.

중간 인터미션에서 아들이게 물었다.
“2막에서는 흑조들의 춤이 나오겠지?”
“모르죠. 스토리, 배경, 남과여, 모든 것이 바뀌어서 기대가 되네요.”
그랬다. 머리 속에 있는 기존의 백조의 호수에 관한 기억을 내려놓기로 했다.

우니버설 버전에서는 호수에서 흑조들의 군무가 있었지만
매튜 본 버전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의 역동적인 춤들이 있었다.
군무, 독무, 파드되가 섞여서..

마곡나루역으로 걸어오면서 아들이 내게 물었다.
“다음에 백조의 호수를 다시 본다면 어느 버전으로 보실래요?”
“음.. 나는 클래식 버전으로 볼래.”

매튜 본의 창의성 덕분에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고,
엄청나게 특이하고 충격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번으로 만족한다.

정명애 KCEF 연구교수(시니어배움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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