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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걸 좋아했던 저자 태원준은 세계여행가이며 포토그래퍼이다.

어느날 어머니가 60을 맞이하면서 외할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힘없어 할때, 저자는 엄마에게 제안한다. “세계를 무대로 한판 신나게 놀고 오자”는 제의를 한다.

평생 내성적 성격의 어머니는 누나와 저자를 돌보는데 집중하며 식당에만 몰입하던 말이 없던 얌전한 엄마였다. 그런데 당황하지도 않고 의외로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다.

이래서 둘이 합쳐 100kg도 안되는 아들과 엄마의 좌충우돌 세계여행은 인천부두터미널에서 중국 칭다오로 향하는 배를 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싱가포르까지는 비행 없이 육로로 국경을 넘는 배낭여행족으로 쉽지 않은 길을 여행지로 선택하게 되는데, 오지로 세계여행을 누비고 다녔던 아들에 비해 전혀 경험이 없는 엄마는 의외의 강단으로 아들의 여행 선택지를 빨간배낭 하나 메고 새로움에 즐겨하며 묵묵히 따라간다.

세계여행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경비는 알뜰하게 쓰고 긴시간의 기차여행으로 중국의 도시를 가게 된다. 숙소는 불편한 도미토리에서 지내고 제대로 된 배낭여행자의 모습으로 모자여행은 모두의 놀라움과 찬사를 받는다.

걱정이 안되었던건 아니지만 저자는 나름, 엄마가 힘들어 할까봐 노심초사 눈치를 보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엄마는 여행지에 동화되어 지역주민과 춤을 추기도 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낯선곳의 사람들과 소통도 잘하고 뚜벅이 여행에 잘 동참하며 아름다운 여행지에 감동한다.

그 중 리장이 기억에 남는데, 리장의 숙소에서 일주일간 머물면서 게으르게 리장을 즐기며 여행의 참맛도 알아간다.

‘마당에 앉아 있노라면 콧속을 간질이는 꽃향기와 제멋대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괜스리 웃음이 나고, 굳이 숙소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적당히 흥분되고 충분히 행복하다. 그래서 리장에서의 하루는 매일이 축복과도 같다.’

이러한 분위기로 봐서는 매우 평화롭고 아름다은 곳임에 틀림없다.

느지막히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빨래도 하고 주위의 작은 식당에 가 그 지역의 음식으로 밥을 먹고 군것질을 하며 모자는 어슬렁 동네를 돈다. 마치 우리나라의 외갓집에서의 쉼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엄마는 숙소에서 믹스커피를 즐기기도 하고 게으른 여행자 답게 바삐 돌아가는 세상과는 잠시 안녕한다.

그러나 이렇게 리장에 푹 빠져 있을수많은 없는 배낭여행자이기 때문에 이들은 힘겹게 다음 여행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버스티켓이나 싼 숙소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들, 그 아들을 여유있게 기다려주는 엄마의 모습으로 여행을 하며 힘들때도 있었지만 엄마는 특이한 음식, 장거리 이동, 잠자리에 대해 불평 없이 따라준다.

여행 중간에 저자의 누나인 윤미 씨가 태국으로 일주일간 합류하는데 엄마의 여행은 더 즐거워진다.

배낭이 무거울까봐 사지 못했던 물건들을 사는 재미도 느끼고 딸인만큼 그 지역의 분위기 있는 까페도 가며 잠시 숨을 돌리기도 한다.

딸이 한국으로 돌아가자 배낭자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그 여행중 저자는 몇번의 배탈을 겪고 열사병도 앓는다. 물론 엄마도 치앙마이에 가서 병이 난다. 여행 처음으로 모자 사이에 의견통합을 위한 약간의 말다툼도 있으나 의견을 잘 조율하여 다시 씩씩하게 여행을 떠난다.

이 책 속에는 엄마의 여행노트도 사진과 함께 올려져 있는데 짧은 문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엄마의 여행노트 #9 가능할 거라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뤄지고 있다. 언제 풀어봤는지도 모를 열정이 자꾸만 샘솟는다. 그래. 나는 여행중이다.’

이 여행기 속에는 인간적인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 잘 보인다. 때로는 웃음이 나기도, 때로는 아들이 너무 무리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기도 하면서 글속에 빠져드는데 이 더운 여름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책은 세권의 시리즈로 되어 있다 그 중 제 1권을 소개하였는데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엄마, 내친김에 남미까지’ 시리즈가 출간되어 있다. 이 세권의 책으로 여름을 보내는 것도 즐거운 일일 수 있겠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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