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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행복한 철학자

이 책은 이화여대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학과 연세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박사를 받은, 소설가이기도 한 우애령의 남편 철학자의 은퇴를 맞아 쓴 이야기이다.

여기에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엄유진의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이 내내 정겨움을 선사한다.

어느날 새끼오리 세마리와 퇴근한 가장, 철학자의 눈과 마음에는 새끼오리 세마리로 가득하여 정성어린 애정으로 함께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철학자가 사는 집은 아파트이다.

아쉬움을 되로하고 시골로 보내져 각각 흩어지는 이별을 겪으나 아내의 동화같은 오리 이야기로 자유를 찾아 훨훨 날아갔음을 기억속에 남기고 위로받는다.

이토록 소설가의 남편 철학자는 세상사와는 조금 다른 철학으로 가족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전도사이다. 소설가 아내와의 균형으로 살아지는 이야기들이 가족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어 어떤 것은 내 이야기처럼, 어떤 것은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로 술술 익혀져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철학자의 삶이 더욱 빛날 수 있게 함께 하는 아내와의 생활은 이 책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철학자는 주위에 애장하는 물건으로 둘러싸인 ‘자궁형’ 이라면 아내는 간결한 미를 추구하는 ‘천궁형’이다.

이렇듯 다름을 조화로 바꿔가는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으나 특별해 보이는 행복감이 스며들어 있다.

철학자는 전시회를 가질만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로맨티스트이다. 철학자의 예술성과 소설가인 어머니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자녀들의 행보도 이들 가족의 특별함을 보여준다.

책속에 담은 딸 엄유진의 그림과 글은 아주 재미있다. 이 책을 빛나게 해주는 부분이다.

특히 감동 깊었던 것은 철학자의 아버지가 딸에게 보낸 편지이다. 딸에 대한 무한 애정이 솔직하고 간결하게 쓰여져 있다.

이 편지를 읽으니 모든 딸의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단지 편지로 남기지 못한 수많은 딸들의 아버지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 애정이 손주들에게도 전해져 캠코더로 찍은 장면을 보고 또 보는 철학자의 행보가 보통 다른 아버지들과 다르지 않다는 거에 한결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4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7명의 누나-여동생과 살아온 철학자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 아파한다. 어머니의 비석을 크게 하고 싶은 철학자의 마음을 아내는 특유의 처방으로 잠재우기도 한다.

철학자의 여인들 어머니 누나 여동생 아내 딸, 이들은 철학자가 행복의 배를 타고 인생이라는 항해를 하는데 동력이 되준다. 철학자의 삶을 자세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엮어 철학자의 삶에 따스한 볕이 늘 함께 함을 보여준다.

가족의 역할이라고 하기엔 훨씬 가치 높은 무언가가 쉽지 않은 인생을 아주 많이 견딜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책장을 넘기며 깨달았다.

이들의 가족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어 잠시라도 평온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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