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지역사회교육운동의 역사는 ‘사람의 역사’였다.
돈으로도, 제도로도,
60년 가까이 이토록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좋은 사람들,
욕심 없는 사람들,
함께 밥 먹고, 함께 웃으며,
학교 문을 열고 세상의 문을 연 사람들.
나는 여전히 믿는다.
지역사회교육운동은
비빔밥처럼 섞이고, 나누고, 어우러지는 삶이다.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지역사회교육운동이 뭐예요?” 하고 물었다.
그때 오재경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비빔밥이야.”
“비빔밥이요?”
“그래, 각기 다른 재료가 섞여 하나의 맛을 내는 것.
그게 지역사회교육운동이야.”
그 말에 나는 울컥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이었다.
우리의 회의에는
늘 비빔밥 한 그릇이 놓였다.
따끈한 밥 위에 각종 나물과 달걀프라이가 오르면
그 안에는 세상이 담겼다.
각자의 자리에서 흘러온 생각들이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속에 자연스레 섞여들었다.
누군가의 웃음이 양념처럼 퍼지고,
누군가의 고민이 참기름처럼 깊은 향을 더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 그릇의 밥을 비비며
살기좋은 세상을 꿈꿨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대한 돈도, 화려한 계획도 아니다.
함께 비벼내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깊고 맛있는 힘이었다.
-2025년 10월 주성민 명예이사장 인터뷰 중에서-
김채리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