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사진이 어우러진 이 사랑스러운 책은 고양시 자치 공동체 지원센터에서 펴내고,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 도서관에서 기획한, 고양시민 154명이 마을을 사랑하는 언어로펼쳐낸 흥미로운 책이다.
“고양시민 154명에게 ‘마을’과 ‘자치’를 물었더니만”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고양시 공동체 지원센터에서 개최한 토크쇼 ‘톡투유’로 의견을 나누다 기획된 마을에 대한 생각들이다.
토크쇼에서 시민들이 의견을 나눈 ‘마을’과 ‘자치’는 모두 달랐다.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다르기 때문에 이웃이고 다르기 때문에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내가 생각하는 ‘마을’은 뭘까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어려서 같이 뛰어 놀던 친구들과 그들의 식구들은 내 식구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의 친밀감이,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마을이다. 그들의 집이 내 집인양 하루종일 함께 하던 내 동네의 마을, 그 모습이 마을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그때의 마을은 아니다. 나만 해도 점점 개인주의로 치닫고, 동네의 일에는 최소한의 필요에 의해서만 강제 참여하는, 구, 동으로 나뉘어 있는 집단으로 와 닿는다.
그러다가도 다른 동이나 다른 아파트와 비교하면 가까이 사는 이웃은 ‘정’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는 공동체 의식이 스믈스믈 어느새 자리잡고 있다.
다른 동네에 대한 낯설음은 점점 심해지는 것을 보니 내가 사는 곳에 늘 마주하게 되는 그들이 사는 곳이 내게는 ‘마을’이 된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말한 ‘우리의 동굴’이라는 마을의 정의가 마음에 와 닿는다.
어려서는 마을의 일을 어린 나도 참견하고 어른들 대화에 끼어들곤 했다. 저절로 ‘자치’로 마을이 돌아갔다. 이웃집 할아버지의 술주정도 같이 고민하고 물 넘치는 집 옆의 도랑도 같이 고민하며 고쳐 나가는 그런 ‘자치’로 늘 분주했다.
큰 도시가 아니었던 내가 사는 마을은 늘 모여서 의논하고 결정하고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 같이 보였다. 큰 도시에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이야기들로 마을이 바뀌어 가는 것 같았는데 최근에 우리 이웃들도 공원의 큰 나무를 지켜내는 힘을 의견 통합의 장을 이용하여 이루어 냈다.
‘공동체’, ‘자치’란 단어는 내 생활과는 멀어보였는데 이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고양시민의 ‘마을’, ‘자치’에 대한 정의는 나와도 멀지 않게 느껴진다. 세대를 통합한 초등학생들, 어른들의 답이 다른 의견이 아닌 통합되어지는 길로 보여진다.
고양시 공동체 지원센터의 노력은 고양시민의 꿈이 이루어 질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책으로 엮여진 마을에 대한 생각들이 고양시 뿐 아니라 다른 동네에서도 이루어 질 수 있다는 희망이 책 안에 가득하다.
어른이 되어 ‘마을’이라는 단어가 내 생활 속에 들어와 있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하여 나의 이웃은 내가 속한 공동체임을 자각하게 된다.
내게 ‘자치’는 마을에 대한 애정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 마을에 대해 애정어린 눈으로 살필 때 ‘자치’가 이루어 진다. 그러기 위해서 내 마음의 문도 조금씩 조금씩 열어 공동체 속으로 한걸음 내딛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