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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모의 지혜를 틔우다 – 거리의 파토스를 배우다

청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충북시민대학 문을 열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청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회장 강대운)는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평생교육을 실천해온 지역 대표 교육기관이다.

특히 청주시로부터 청주기적의도서관을 위탁받아 10년간 운영하며 독서문화 증진에 앞장서 왔다. 또한 2024년부터 청주시여울림센터 운영 등을 통해 여성 사회참여, 양성평등 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청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는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원장 유태종)으로부터 민간단체 최초로 충북시민대학 캠퍼스로 지정됐으며,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인문학 여정’이란 강좌로 10월 24일부터 12월 5일까지 7주 과정이 진행된다.

충북시민대학은 도민 누구나 삶 속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평생학습 플랫폼이다.

개강식에서 강대운 회장은 “충북시민대학을 통해 지역 시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함께 성장하는 시민대학 캠퍼스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첫 시간에는 이관춘 교수의 ‘부모의 지혜를 틔우다’ 강의가 펼쳐졌다.

주제는 다소 낯설고도 인상적인 ‘거리의 파토스, 고래와 자녀를 춤추게 하는 블랙박스’. 사실, 니체의 책을 읽을 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하며 고개를 갸웃했던 사람이다.

책을 즐겨 읽지 않던 내게 인문학은 언제나 어렵고 멀게 느껴졌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며, 낯설던 인문학이 조금은 내 삶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 들었다.

이 교수는 톨스토이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있는 장소, 그리고 내가 읽는 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2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세 가지 개념. 에토스(신뢰와 믿음), 로고스(말), 파토스(열정과 정열)를 알려줬다.

니체가 말한 ‘거리의 파토스’는 타인과 단절된 외로움이 아니라 내면의 거리, 그리고 존엄과 가치 판단의 정서적 상태라고 한다.

“모두가 사람으로 태어나지만, 모두가 사람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

윤동주의 서시를 읽어주며 교수는 물었다. “윤동주는 왜 독립과 투쟁이 아니라 부끄러움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나요?”

그 질문에 강의실이 잠시 고요해졌다. 힘의 의지는 단순한 권력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성취감이라 했다. 그래서 부부싸움도 결국 ‘권력 싸움’이라는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유한양행 유일한 대표의 “드링크에 비타민을 넣어 폭리를 취하는 것은 장사꾼이 할 짓이 아니다”라는 말, 매일유업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특수 분유 사업을 멈추지 않은 이야기는 ‘가치 있는 거리’를 만들어 가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강아지가 사람들과 함께 살며 사랑받는 이유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는 말을 하며 관계를 맺지만, 그 말 때문에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니까.

강의를 들으며 돌아보았다. 내가 아이를 키우며 무심코 던졌던 말들, 그 안에 혹시 부모의 무의식적인 힘의 전제가 깔려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왜 때로 거리를 두고 싶어했을까. 그건 어쩌면, 나도 모르게 힘을 가지려는 욕구와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인문학은 내 안의 ‘거리’를 성찰하는 시

간이었다. 부모로서의 나, 인간으로서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해준 뜻깊은 하루였다.

청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이며 23년차 강사로서, 평생교육 분야의 대가이신 명강사를 만나는 시간, 충북시민대학의 다음 강좌가 기대된다.

정영미 청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제이와이엠 인형이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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