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多가치

[울림이 있는 책] 도쿄 부엌

 

 

 

맛있는 이야기가 있는 도쿄의 부엌이다.

지은이 오다이라 가즈에 작가는 대량소비의 사회에서 밀려난 물건, 사건, 가치관을 테마로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쓴다.

잡지나 책에 올려진 부엌에서는 볼 수 없는 냉장고에 붙어있는 메모지, 씻어둔 젓가락, 척 걸쳐둔 주방수건 등 뜻하지 않게 부엌의 주인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등.

매주 한 곳씩, 지금까지 130곳의 집을 방문하여 50곳을 추려 책에 실었다. 인생의 한 부분이 보이는 부엌을 찾아다니는 모험을 통해 도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마음에 관한 이야기가 쓰여있다.

50곳 중 인상에 깊었던, 마음이 갔던 부엌에 대해 쓰려한다.

이곳에 소개된 집들의 부엌은 대부분 30년 40년 50년 된 집의 부엌이다. 맨 처음 소개된 부엌은 작지만 주인의 아지트가 되어준 일본 전통찻집을 꾸려가는 여성의 부엌이다. 집에 들어와 부엌에 자리 잡은 작은 의자에 앉아 오래 걸리는 국을 끓이며 편히 한숨 돌리는 장소는 매우 특별한 곳이다.

 

 

 

 

작지만 못할 요리는 없을 것 같은 주방도구가 제자리에 빼곡히 걸려 있다. 바구니, 소쿠리, 석쇠, 종려나무 냄비 받침, 철냄비 등 센 불로 휙휙 만들어내는 요리보다 뭉근히 끓여 다음날 아침이면 맛있게 우러나는 요리를 즐긴다. 그러한 장면을 상상하면 작고 복잡해 보이는 부엌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그려진다.

한편 사라져 가는 55년 된 도심 한복판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수풀에 붉은 지붕의 테라스 동이 띄엄띄엄 서 있는 이사가야 주택이다. 이미 재건축되긴 했으나 재건축되기 직전 찍은 사진과 글이다.

문손잡이는 황동재질, 현관과 화장실 사이에 불투명 유리를 끼워 채광창 역할을 한다. 부엌의 소재는 나무와 스테인리스다. 나무틀 상부장에는 희뿌연 불투명 유리를 넣고 수납공간은 매우 적지만 , 오래된 찻장과 참오동나무 장롱이 잘 어우러진다. 마당이 있어 화로에 생선을 굽고, 꽃구경 가서 먹을 주먹밥을 싸던 저마다의 추억이 짙게 남은 이사가야 주택의 부엌이다.

작가는 100곳을 넘는 부엌을 살표본 결과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다. 오키나와 오미탄 마을에 ‘기타가마’라는 유명한 공동 가마가 있다.

하나하나 물레를 돌려 손으로 만들고, 소박하지만 힘이 넘치고, 도톰한 두께의 개성 있는 요미탄잔도자기는 오키나와현 내의 식당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이 도자기가 도쿄의 음식점으로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이 도자기를 20대, 30대 여성이 많이 애용함을 취재하면서 알게 됐는데, 우선 부담 없는 가격, 기타가마는 공동판매소가 있어 오키나와 대표 여행코스로 들러서 기념품으로 사기도 한다. 젊은 세대가 이 도기에 끌린 것은 브랜드 양식기에는 없는 소박한 온기와 민예품다운 확고한 안정감, 수작업의 따스함이 전해지는 독특한 멋, 오키나와의 흙이 느껴지는 대범함에 있는 게 아닐까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생활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친숙한 밥공기부터,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판단해 선택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많은 것이 기계화된 시대에 멋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온기 있는 부엌, 내 이야기가 듬뿍 들어있는 부엌에 점점 친해지는 삶이 그리워진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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