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多가치

[울림이 있는 책]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IF THIS ISN‘T NICE, WHAT IS?)

이 책의 저자 커트 보니것은 미국 최고의 풍자가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이다. 1922년 11월 11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태어났고 2007년 4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수십년에 걸쳐 미국 각 곳에서 이루어진 졸업식 연설과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어려운 단어나 가상적이지 않은 쉬운 언어와 일상에서 경험한 따뜻한 삶의 태도 및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 윤리를 재미있는 언어로 이야기한다. 다소 냉소적이나 그 안에는 따뜻함이 바탕이 된다.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쁨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인생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보니것은 일부러 독자의 수준에 맞춰 쉽게 쓰지도 않았고, 지혜를 준다고 어렵게 쓰지도 않았다. 심오하면서도 종종 유쾌하고, 졸업식 연설에서도 그의 말하는 방식이나 자세는 늘 똑같다.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언급되는데, 같은 시간을 살며 떼어낼 수 없는 사이인 우리 모두는 서로를 형제자매로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틀에 박힌 연설문을 대학 이름만 바꿔가며 낭독하는 대다수의 졸업식 연사들과 달리, 보니것은 이제 막 만들어진 것, 생각할 거리를 주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재치와 도발적 표현들을 내놓았다.

보니것은 또, 알렉스 삼촌에 대하여 많이 언급했는데, 알렉스 삼촌이 무엇보다 개탄한 것은 사람들이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삼촌은 행복할 때마다 그 순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하였다.

“한 여름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실 때면 삼촌은 이야기를 끊고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If this isn’t nice. what is?)”

인생이 순조롭고 평화롭게 잘 풀릴 때마다 잠시 멈춰서 큰 소리로 외치길 권유한다.

또한 보니것은 예술과 창작의 의미를, 돈이 되지 않더라도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글을 쓰라고 권한다. 그 행위 자체가 영혼을 단련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술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방법임을 알려준다.

재즈 역사가였던 훌륭한 작가 앨버트 머리를 언급하면서 그가 보니것에게 전한 말을 들려준다.

“우리가 절대 만회하지 못할 잔혹 행위인 노예제가 여전히 이 나라에 존재하던 시절. 노예보다 노예 소유주의 자살률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노예들에게는 우울함을 해결할 방법이 있었지만, 백인 노예 소유주들은 그렇지 않았던 게 그 이유라고요. 노예들은 블루스를 연주하면 되었으니까요”

연설 속에 커트 보니것의 맏아들인 마크 보니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크는 소아과 의사이자 [에덴행 급행열차]라는 회고록 저자이기도 하다.

신경쇠약 환자 구속복, 정신병동 입원을 할 만큼 힘들었던 마크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할 만큼 상태가 좋아졌을 때 커트는 아들에게 인간은 왜 태어났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이에 마크는 “아버지, 우리는 서로 이 삶을 잘 혜쳐나가는 걸 도와주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그게 어떤 삶이든 상관없어요”라고 말한다. 커트는 아들의 말이지만 마음 깊이 새기고 연설문에도 남긴다.

불완전하고 때로는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지, 서로를 보듬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젊은이에게는 삶의 방향을, 나이가 든 독자에게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공감을 안겨준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이 조금이라도 따뜻하다면,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이 되라고,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이유이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 [시대로부터 동떨어졌지만 생각해 볼 만한 문장 모음]이라는 장이 있다. 그중 전하고 싶은 문장을 골라봤다.

“친구에게 시를 써주세요. 형편없는 시라도요. 최선을 다해 쓰세요. 커다란 보답을 받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뭔가를 창조하게 될 것입니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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