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급성장 해오던 사교육 시장이 붕괴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대학 정원이 급증하면서 학사학위의 희소성이 사라지자, 대학이 서열화되고 명문대 입시 경쟁이 불붙고 경쟁에 살아남기 위한 학원의 선행학습이 대세가 되었다. 2000년대부터는 명문대 입학률이 높은 강남 8학군의 신화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사교육이 입시를 보장한다는 믿음이 형성되었다. 학원가 상가의 권리금이 아파트 분양권처럼 상승하였으며 학벌주의의 도화선을 타고 사교육 열풍이 점화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권리금이 붙고 대기자가 줄을 서던 학원 지역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학생들로 붐비던 대치동, 목동, 노량진, 신촌의 대표적 학원 지역의 거리가 한산하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경기침체의 결과라고만 진단할 수 없다. 교육 열정, 비교 의식, 학벌 의식이 지배하던 우리 사회에서 사교육비는 우선적 지출 비용이었지만 지금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계 소비에서 교육비만 감소하고 있다. 저출산과 학령 인구의 감소는 교육시장의 공급과잉을 불러왔다. 서울의 초중고 학생 수가 최근 5년 사이에 8만 명이 감소하였다. 평균적으로 한 학교당 한 학급이 감소한 셈이다. 지방 도시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여 문을 닫는 학교가 늘고 있다. 그런데 학원이 감소하는 속도가 학생이 감소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다.
대치동의 초대형 학원들도 등록 학생이 20%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재수, 삼수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의 20대는 대학 간판이 취업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졸업 후 기술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에 더 관심을 가진다. 학원 산업을 부흥시켰던 의대 열풍도 의대 정원 조정과 입시 전형 방식이 표류하면서 거품이 빠졌다. 학원 산업은 학원 업무 종사자뿐 아니라 강사, 출판사, 차량 기사, 상권의 자영업자 등이 공생하는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 생태계는 학령 인구가 줄지 않고 학벌주의 입시 교육이 지속한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탑이었다. 학원이 몰락하면 강사뿐 아니라 연관된 인쇄, 출판업계도 흔들리며 유동 인구의 감소로 주위 상권이 붕괴하여 지역 경제를 위축시킨다.
학원 산업의 위기는 밖으로부터도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 강의와 인공지능의 발전은 사교육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학생들은 온라인 학습의 장점에 익숙해졌다. 유튜브에서는 무료 강의가 넘쳐나고 인공지능을 통한 개인별 맞춤교육이 대세이다. 유명 학원, 인기 강사를 찾아가는 비용과 시간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금리와 고물가, 부동산 침체는 상대적 빈곤을 심화하고 빚내서 사교육 하는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의 공교육 강화정책과 선행학습 금지법, 심야학원 운영규제와 같은 사교육 억제 정책도 학원 산업에 결정타를 주었다. 그 결과로 학원 생태계에도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중간 계층을 형성하는 소규모 학원들은 문을 닫지만, 최상위 학생들을 위해 고급화된 학원과 저렴한 인터넷 강의와 인공지능 맞춤교육은 활성화될 것이다.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중산층을 위한 사교육만 몰락하는 것이다. 고소득층을 위해 특화된 서비스로 진화하는 사교육은 학원 산업의 양극화를 주도하고 있다.
좋은 학원, 좋은 대학,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공식은 저출산, 저성장, 취업난의 현실 앞에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획일화된 입시교육이 개선되고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는 긍정적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공교육이 무너진 상황에서 아노미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학교가 학원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하면 교육이 자본의 논리에 지배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사교육의 몰락은 교육의 미래를 희망과 혼돈의 두 길로 인도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위기를 교육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