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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세상이 잠든 동안

 

 

 

 

 

커트 보니것의 소설, <세상이 잠든 동안(While Mortals Sleep)>은 저자가 생전에 발표했거나 미발표로 남겨 두었던 단편소설 16편을 묶은 책이다.

그 중 <세상이 잠든 동안>이라는 단편소설로 제목으로 하였는데 그 안에 있는 여러편의 단편들은 보니것의 철학이 담겨있어 일맥상통한다.

이 단편들은 전쟁과 냉전,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주며 이후에 썼던 대표작들로 이어진다.

세상이 잠든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이 소설은 독신이며 언론계의 천재인 프레드 해클먼의 조수로 일한 자의 시선으로 쓰여졌다.

뭐든 혼자 하려 했고 겉보기에는 현실에 안주하는 게으른 사람 같았으나 권위와 위트라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용하는 솜씨가 뛰어난 해클먼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크리스마스라는 해클먼과 어울리지 않는 날에 일어나는 내용이다.

줄거리 자체는 모든 소설이 전쟁속에 일어날 수 있는 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트있는 어른동화같은 이야기이다. 결말은 늘 정의로움으로 연결되거나 여운을 남긴다.

<세상이 잠든 동안>도 줄거리는 미국 어느 작은마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재들이며, 주로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미국사회에서 소소한 사건들이며, 등장인물들은 평범한 회사원, 군인, 기자, 소시민들이다.

겉보기에 모두 정상적인 일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 공허, 도덕적 혼란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몇몇 이야기에서는 전쟁이 남긴 상처가 드러나기도하고, 전쟁에 참여했거나 전쟁 체제를 지탱했던 인물들이 영웅이 아니라 체제속에서 무력하게 소모된 존재로 그려진다.

또 다른 단편들은 광고, 기업, 언론같은 현대 사회의 장치들이 개인의 판단과 양심을 마비시키는 과정을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보니것 특유의 블랙유머는 이 소설 곳곳에서 나타나는데, 웃음을 유발하는 설정이나 대사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간존엄의 붕괴, 타인에 대한 무관심, 시스템의 폭력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명확한 교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허무하거나 갑작스럽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이 잠든 동안>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는 ‘사람이 너무 쉽게 잠든다’는 것인데 여기서 잠든다는 것은 육체적 잠이라기 보다는 도덕적 각성의 결여를 의미 한다.

보니것은 사람들이 사회의 규칙과 관습, 국가와 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폭력을 외면한다고 한다.

이 책에 있는 단편들은 전쟁 비판 소설이자, 동시에 일상 비판 소설이다.

보니것에게 전쟁은 특별한 비극이 아니라, 평화로운 일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연장선에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명령에 따르고, 다수가 믿는 말을 의심하지 않으며, 자신의 책임을 체계 뒤로 숨길 때 비극은 언제든 반복된다.

‘세상이 잠든 동안’ 누군가는 고통받고, 누군가는 파괴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보니것은 인간에 대한 냉소 속에서도 연민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특유의 따뜻함을 보여준다.

인간을 어리석고 잔인한 존재로 묘사하지만, 동시에 그러할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로 바라본다. 그래서 보니것의 비판은 분노보다는 슬픔에 가깝고, 조롱보다는 애도에 가깝다.

이 이야기들은 그 당시뿐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가 넘쳐나고, 편리함이 극대화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더 쉽게 생각을 멈추고, 타인의 고통에 외면한다.

우리 개인은 꺠어있는 상태로 이 사회를 살고 있는지, 아니면 모두와 함께 잠들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어쩌면 이 소설을 접하면서 불편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이 주는 강력한 문학적 힘은 조용히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게 한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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