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多가치

[울림이 있는 책] 작은 그릇안에 담긴 우주

 

 

 

 

 

도예가 지헌 김기철의 일터 보원요가 도시 개발로 마지막 가마불을 때는 순간이 오고 42년간의 발자취를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는 감사하게도 작가 작품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으로 접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생긴다.

영어교사로 재직중이었던 작가는 40대 중반에 도예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도예의 터로 곤지암에 보원요라는 멋진 곳에서 흙과 하나가 되어 백자의 혼이 담긴 여러 작품을 만든다.

도예가 김기철의 손끝에서 빚어내는 살아있는 다채로운 모양과 기법으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작품들이다.

이 책은 철학서도 과학책도 아니다. 대신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을 얼마나 정성껏 살아가는, 넓은 세계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인지를 허심하게 써내려간 에세이다.

우주는 거창하고 먼 곳에 있는 게 아니고 우리가 매일 들여다 보는 작은 그릇 안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밥그릇, 찻잔, 화분, 창가에 놓인 화병등 평범한 사물들을 아름답고 마음에 담아두는 존재로 바꿔 놓는다. 그리고 이책은 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세세하고 솔직하게 써내려간 이야기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며 가마를 때는 날에는 큰 잔치를 벌여 지인과 이웃과 함께한다. 이상적인 삶을 도자기를 빚듯 흙을 고르고, 숙성시키고, 말리고, 가마에 넣고, 불을 기다리는 모든 과정은 빠름과는 거리가 멀다. 느린것같지만 절차를 차근차근 부지런히 빚는 작가의 삶에 존경심이 든다.

서두름이 없는 작품들은 작감의 삶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타인의 기대, 사회의 기준, 스스로에게 씌운 역할들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하게 산다. 이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내 자신의 삶도 한번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다. 덜어내고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읽기에 부드럽고 여백이 많아 한번에 읽기보다 하루에 한두편씩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이 이 책에 어울리는 독자의 자세인 거 같다. 바쁜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책, 생각이 복잡할수록 잔잔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우리는 넓은 세계속에 살고 있을 뿐 아니라 넓은 세계를 품을 수도 있다. 삶을 바꾸기 위해 거창한 결심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지금 내 앞에 놓인 작은 그릇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도예가 김기철은 한국 현대 도예를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흙이라는 재로의 물성과 시간성을 깊이 탐구해 온 인물이다. 화려한 장식이나 기교보다는 형태의 절제와 표면의 질감에 집중하며 오랜시간 쌓아온 손의 감각과 사유가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작가의 도자기는 단정해보인다. 그러나 그 단정함 속에 수많은 흔적이 숨어 있다. 작가가 통제하기보다는 자연과 공존하며 만들어진다.

이 책에는 이제껏 열렸던 귀한 전시회에 대한 소개가 있다. 그 속에는 미술 평론가들의 평들이 함께하고 작가의 말이 함께한다.

한결 같이 그 글들 속에서 느낀 것은 맑은 영혼이다. 도자기의 색에 대한 평등, 각자의 시선으로 쓰여진 글들은 작가의 신비한 자연과의 조화와 맑은 영혼을 이야기 한다.

도자기가 바로 작가라는 글중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소개한다.

<김기철의 도자기들은 흙을 닮은 그의 투박한 인상처럼 다정하고 친근감 있다. 세속의 잡다한 것들을 다 던져버리고 비로소 홀로 된 소나무처럼 외로워 보이지만, 하늘에 구름 한 점 있어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소나무 같아 보인다. 텅 비어 있어 더울 퉁만한 그의 도자기들에서 봄의 재잘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희를 넘긴 작가의 애장품에서 따뜻한 정겨움이 느겨진다. 이종호(샘터갤러리 디렉터-제8회 김기철 도예전 도록 저문 중에서)>

우연히 한번 뵌 김기철 선생님의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이라 소개한다.

이 책에 올려진 멋진 사진들은 사진 전시회에 온 듯 천천히 보게 되며 마음에 울림을 준다.

언제나 옆에 두면 따뜻한 차와 할 수 있는 마음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책이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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