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아잔 브라흐마(본명 피터 베츠)는 태국 상좌부 불교전통에 속한 승려이자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상 지도자이다.
195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이론 물리학을 공부했으나, 학문적 성취보다는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더 깊이 끌려 출가의 길을 선택했다.
그의 스승 아잔 차에게 오랜 수행을 승계받았으며, 이후 호주로 건너가 서호주 퍼스 인근에 보디냐나수도원(Bodhinyana Monastery)을 세우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아잔 브라흐마는 깊은 수행력과 함께 따뜻한 유머감각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말은 어렵고 엄숙하기보다는 일상적이고 친근하다.
삶의 고통, 인간관계의 갈등, 실패와 좌절 같은 주제를 부드럽고 위트있게 풀어내며,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완벽해지려 애쓰기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태도가 행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원제: Opening the Door of Your Heart)는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코끼리라는 상징을 통해 두려움과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 분노와 용서의 경험을 통하여 마음을 잃지 않는 법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설명한다.
원제에도 나타나듯이 ‘당신 마음의 문을 여는 이야기’라는 것은 화가 나면 걷잡을 수 없어 분노하고, 욕심이 생기면 끝없이 집착하며,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이성을 잃는 모습이 바로 술 취한 코끼리다.
코끼리는 본래 힘이 세고 위엄있는 동물이지만, 술에 취하면 위험해진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도 훈련되지 않으면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나 코끼리를 억지로 묶거나 때려 길들이면 안되고 친절함과 이해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을 억압하면 더 거세게 반발하지만, 따뜻하게 바라보면 서서히 안정된다는 것이다.
108가지 일화들로 실패한 벽돌공의 이야기, 화를 참지 못한 스님의 고백, 용서에 대한 일화등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사례들이 모여있다.
벽둘담을 쌓던 중 두 장의 벽돌을 삐뚤게 놓은 경험담에서 작가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삐뚤어진 두 장의 벽돌만 보지만, 수백장의 잘 쌓인 벽돌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삐뚤어진 두 장의 벽돌은 우리의 실수 몇가지를 말한다. 그 실수 때문에 스스로를 평가 절하 하지만, 이미 잘 해낸 수 많은 순간은 잊어버린다.
작가는 삐뚤어진 벽돌도 포함한 전체를 보라는 의미를 전한다.
작가의 사상에는 ‘자애(metta)의 가르침이 있다.
자애는 자신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패해도 괜찮고, 부족해도 괜찮다는 인정이 수행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 만큼 용서의 힘은 대단하다.
상처를 붙들고 있으면 고통은 계속 된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행위이기보다,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행위라는 점을 여러 이야기로 설득한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마음 치유서이다. 경쟁과 비교,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지친 현대인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특히 완벽주의와 자기 비판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아잔 브라흐마의 문체는 유머러스하고 부드럽다.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저자가 전하는 불교는 엄숙한 교리가 아니라, 일상의 숨결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지혜다.
이 책에는 나를 수용해야하는 이유가 담겨있다.
우리는 흔히 더 나아지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러나 작가는 먼저 자신을 안아주라고, 술 취한 코끼리를 내쫓는 대신 그 곁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라고 메시지를 전한다.
마음은 적이 아니라 동반자이며, 길들임은 통제가 아니라 이해의 과정이다.
우리 모두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라고 말해준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