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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노동 없는 사회

고령화로 인해 숙련 인력이 줄고 산업재해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으로의 구조적 전환은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다. 가상 공간 안에 머물던 인공지능이 이제 물리적 실체를 입고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용자의 명령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던 수동형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넘어 물리적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육체적 인공지능(Physical Artificial Intelligence))이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인간 노동의 본질과 직업의 미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노동 없는 사회는 인간을 노동에서 소외시킬 수도 있지만 노동의 의미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노동 없는 사회에서는 기본소득이 임금을 대체하게 되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한 안전망이지 행복을 위하는 설계도는 아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모두가 풍요로운 보편적 고소득을 주장한다. 그의 설명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면 인건비가 지출되지 않기에 생산비용이 0에 수렴하고 그 결과로 제품의 가격도 0에 수렴하여 유토피아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의 과정에는 고통스러운 과도기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로봇 밀도가 가장 높다. 노동자가 공장 자동화로 제조업 현장에서 밀려나고 전문직의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체하면 경영의 구조에서 중간 관리자가 사라지고 조직이 극단적으로 단순화된다. 결국에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증발하고 결정권자와 실행하는 인공지능, 로봇만이 남게 된다. 로봇을 소유한 사람과 임금 노동에 종사했던 사람의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실업의 증가는 국가의 재정에 파급되어 근로소득세, 법인세로 충당되던 예산을 고갈시키며 실업 급여의 폭증과 복지지출의 증가라는 이중적 위기를 가져온다. 이러한 과도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노동자가 부담하던 세금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창출한 이익으로 대체하고 자동화로 인해 절약된 비용을 기업에 세금으로 부과하는 길을 제시한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인공지능 시대의 과도기에 적응하는 노동의 전환으로서 노동 공유 운동과 제3 부분의 확충을 강조한다. 노동 공유 운동은 노동을 소수가 독점하지 않고 다수가 공유하는 방법이며 노동 시간의 격차를 평준화하여 생산성을 향상하며 이익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와 임금을 제공할 수 있다. 제3 부분의 확충은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 사이의 중간에서 국가는 사업을 유치하고 민간은 투자하여 국가는 고용을 창출하고 민간은 영리를 추구하는 방법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는 세계 22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1,90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1조 1천억 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대안들도 잠정적인 것이며 노동 없는 사회의 근본적인 방향 제시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 일자리는 사라지지만 ‘노동하는 인간(homo laborans)’의 정체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창의성, 관계, 공감, 인문학적 사고는 아직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제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노동으로의 의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경쟁자가 아니라 지원자,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노동을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통로라고 보았다. 노동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한 능동적 행위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노동이 생존을 위한 임금의 통로에서 해방될 때, 비로소 인간은 창의성, 윤리, 공감력과 같은 본질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다. 노동의 종말은 새로운 사회 변화와 의식 개혁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노동이 돈과 동일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 없는 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기에서 우리는 ‘얼마짜리 노동’이 아니라 ‘어떤 노동’을 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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