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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나의 완벽한 장례식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처럼 다루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다소 무겁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결국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장례절차를 설명하는 실용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관계, 마지막 순간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드는 인문 에세이에 가깝다.

저자 조현선은 오랜 시간 죽음과 웰다잉 교육현장에서 활동하며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을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이야기 한다.

현대 사회는 죽음을 가능한 한 멀리 밀어내고 감추려 한다. 병원 안에서 죽음은 의료 행위의 실패처럼 취급되기도 하고, 가족들은 죽음을 입밖에 내는 것조차 불길하게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삶이 더 불안해진다고 말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마지막을 외면할수록 현재의 삶도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책의 중심에는 ‘완벽한 장례식’이라는 흥미로운 질문이 놓여있다.

과연 완벽한 장례식이란 무엇일까. 값비싼 꽃과 화려한 조문객, 웅장한 장례식장이 완벽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기억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장례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장례의 형식보다도 인간의 마지막 태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책 속에는 실제 사례들이 자주 등장한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서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가족, 오랜 병상 끝에 조용히 삶을 정리한 노인,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준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지금 후회없이 살고 있는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마음을 전했는가?” 같은 질문들이다. 결국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삶을 더 충실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반복해서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를 ‘웰다잉’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대목이다. 웰다잉은 단순히 편안하게 죽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남겨질 사람들을 배려하는 과정 전체를 뜻한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고독사, 연명의료, 존엄사 같은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현실 속에서 인간다운 죽음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묻는다.

또한 저자는 장례문화의 변화도 함께 이야기 한다.

과거 공동체 중심의 장례 문화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죽음을 애도하고 삶을 기억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장례가 점점 더 상업화되고 형식화 되었다고 지적한다. 짧은 조문 시간과 형식적인 인사 속에서 진짜 슬픔과 애도의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인의 삶을 기억하고,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장례의 본래 의미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죽음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죽음학은 인간의 죽음을 철학, 의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단순히 죽는 과정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둘러싼 인간의 감정과 문화, 종교, 윤리까지 폭넓게 다룬다. 현대의 죽음학은 특히 삶의 질과 존엄한 마무리에 큰 관심을 둔다. 호스피스운동, 연명의료 결정, 웰다잉 교육 등이 모두 죽음학과 연결되어 있다.

죽음학에서는 인간이 죽음을 의식 할 때 오히려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고 본다. 실제로 죽음을 가까이 경험한 사람들 가운데는 이후 삶의 가치관이 크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돈과 경쟁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인간 관계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의 완벽한 장례식 역시 바로 이러한 죽음학의 관점을 바탕으로 한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과정이라는 시선이다.

책은 무겁기만 하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고 따뜻한 문체 덕분에 독자는 천천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어떤 장면에서는 먹먹함이 밀려오고, 어떤 문장에서는 오래 잊고 지냈던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살아가는 모습을 남기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스며든다.

현대인은 죽음을 멀리하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을 성찰할때 삶은 더욱 선명해진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오늘 하루가 더 귀해지고, 평범한 일상이 더 소중해진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깨달음을 전한다. 죽음은 두려운 종착지가 아니라 삶을 더 충실하게 만드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단순한 죽음 이야기라기보다 ‘어떯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속에서 우리는 삶의 방향을 잃기 쉽다. 그러나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완벽한 장례식은 화려한 의식이 아니라, “잘 살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의 마지막 장면인지도 모른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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