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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원 칼럼] 사회적 고립과 자살

우리나라는 서구의 국가와 비교하여 행복지수가 낮으며 표준편차도 크다. 행복의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 정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일리노이대의 심리학자 에드 디너(Ed Diener) 교수는 한국이 GDP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를 과도한 경쟁주의, 물질주의, 외모지상주의 때문이라고 보았다.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하는 제프리 색스(Jeffrey Sachs) 교수도 한국이 안고 있는 사회적 토대의 취약성을 지목하였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적 경쟁 구도와 함께 전통적 위계질서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청년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16년 동안 학벌과 진로의 학벌주의와 성과주의의 위계질서 안으로 진입한다. 교육과정을 마쳐도 사회가 청년을 수용하지 못하고 사회적 고립으로 내몰고 있다.

국가데이터처(KOSIS)의 경제 활동 인구 조사에 따르면 2026년 5월의 청년 실업자는 26만 6천 명이며 청년 실업률은 7.4%로 2025년 4분기의 5.7%보다 급격하게 증가하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들을 위해 지출되는 사회적비용이 7조 원을 넘어선다. 청년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취업의 스트레스는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인공지능의 노동시장 진입으로 취업한 청년들의 심리적 불안도 증가하고 있다. 청년 인구의 1/3이 번아웃을 경험하고 최근 20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한 1인 가구는 사회관계망을 붕괴시키고 청년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41명이 자살하며 OECD 자살률 2위 국가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10~40대의 첫 번째 사망원인이 자살이다. 그동안 한국이 OECD 자살률 1위를 기록한 주된 이유는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노인 자살률은 감소하고 있으며 청년 자살률은 급증하고 있다.

자살률 증가의 구조적 요인은 무엇보다 경제적 불안정이다. 우리 사회는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고,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이 확대되면서 소득 변동성이 커졌다. 중장년층과 저소득층은 실직 이후 재취업이 어렵고, 그 결과 경제생활의 붕괴로 이어진다. 경제적 압박이 누적되면 개인의 심리적 회복력은 급격히 약화한다. 두 번째 요인은 사회적 고립이다. 1인 가구 증가와 가족 해체는 사회적 관계의 안전망을 약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과 이웃이 최소한의 정서적 완충 작용을 했지만, 지금은 심리적 위기를 공유할 구조 자체가 무너져 있다. 고령층은 배우자 사별 이후 고립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고, 청년층은 경쟁과 계급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관계를 형성할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 세 번째 요인은 예방과 치유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의 한계다. 자살 예방을 위한 상담과 치료의 필요성은 꾸준히 강조되지만, 실제적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여전히 비용, 시간,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네 번째 요인은 과도한 경쟁 구조와 성과 중심 문화다. 교육, 취업, 직장 전반에서 성과주의의 압박이 일상화되어 있으며, 실패에 대한 사회적 관용은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는 개인이 좌절을 경험했을 때 회복할 가능성을 줄이고, 자책과 자존감의 결핍을 가져온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도 자살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SNS를 통한 비교문화는 타인의 삶을 과장된 성공 이미지로 인식하게 만들고, 상대적 박탈감을 강화한다.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소비는 불안과 우울을 반복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한다. 최근에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SNS 사용이 일상이 되면서 비교문화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타인의 성적, 외모, 인간관계, 여행 사진까지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스트레스를 느끼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도 한계가 드러난다. 자살 예방 정책은 수립되어 있지만 사후 대응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위기 이전 단계에서의 조기 발견 체계는 아직 불완전하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선별 시스템을 도입하고 SNS 및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자살 고위험군을 사전에 포착하는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전국 지자체별로 밀착형 예방 센터를 확충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권한과 인력을 대폭 강화하여 개인별 관리를 시도해야 한다.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경제적 궁핍과 고립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 서비스와 자살 예방 시스템을 하나로 결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이웃을 향한 각자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홍순원 논설위원·(사)한국인문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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