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를 나타내는 지역은 많다. 경도와 위도를 기준으로 중국의 산둥반도, 일본의 혼슈 이북 지역도 뚜렷한 사계절을 나타낸다. 하지만 사계절의 기후가 동고서저의 지형, 바람, 해류 등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융합하여 다양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지역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극단적인 특징을 나타낸다. 여름에는 남태평양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밀려오고 겨울에는 시베리아 기단의 춥고 건조한 바람이 불어와서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50도를 넘어선다. 우리의 선조는 계절이 변할 때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 봄에는 논과 밭을 갈고, 여름에는 김매고, 가을에는 추수하여 말리고, 겨울에는 새끼 꼬고 농기구를 관리하여 다신 봄을 준비하였다. 계절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하루이틀 꾸물대면 생존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러한 과정이 오랜 기간 반복되면 근면하고 부지런함이 몸과 마음에 새겨진다.
보릿고개의 배고픈 경험을 통하여 우리의 유전자는 끈기 있고, 부지런하게 진화하였다. 환경심리학에서는 우리의 핏속에 흐르는 역동성과 ‘빨리, 빨리’ 정신을 자연선택으로 설명한다. 너무 더우면 게을러지고 너무 추우면 활동이 어렵다. 기후가 사람을 만들고 역사를 만든다. 우리 기후의 극단적 성격은 우리에게 정으로 형성된 우리의 이웃사촌 문화를 형성시켰다. 밀을 재배하는 지역에서는 비만 오면 관리할 필요가 없어 농사가 이루어졌지만, 우리의 벼농사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고 모내기 철에는 며칠 안에 끝내야 하기에 오래전부터 두레와 품앗이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였다.
바람과 날씨는 민족성만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도 바꾸어 놓았다. 우리의 삼국시대에 중앙아시아의 초원에는 훈족이란 유목민이 정착하고 있었다. 날씨가 건조해져서 풀이 마르고 가축을 먹이기 힘들게 되자 훈족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그 지역에 정착해 있던 게르만족과 충돌하여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일으켰다. 도미노처럼 밀려서 로마로 밀려든 게르만족은 서로마 제국을 멸망시키고 세계 역사를 고대에서 중세로 전환하였다. 민족의 이동과 분산은 언어를 갈라놓고 다양한 문명과 문화를 일으켰다. 자연환경의 변화는 지금도 갈등과 전쟁의 원인이다. 아프리카 수단의 분쟁은 부족과 종교 간의 갈등이 아니라 물과 초원을 차지하려는 분쟁이다. 지금 유럽은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강물이 말라서 원전 가동을 중단하였다.
세계의 큰 강들은 대부분 여러 국가를 관통하여 흐르기에 물 부족과 수자원 활용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한편,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강이 국경을 벗어나지 않는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은 물의 유량의 차이가 380배에 이를 정도로 범람하던 강이었지만 오랫동안의 관리와 조절로 안정을 찾았다. 산, 바다, 강, 평야, 갯벌, 계절풍과 같은 다양한 자연환경은 우리의 정신과 역사와 미래를 위한 유산이다. 좋은 날씨와 환경이 국민성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시티는 일 년 내내 선선한 날씨 천국이라고 불리지만 호수를 메워서 건설한 도시이다. 약한 지반 위에 건물을 세웠기에 식수 부족으로 지하수를 퍼 올리면서 매년 24cm씩 가라앉고,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이 기울고 있다. 자연환경의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도 사람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변화 속에서 연결되고 순환하는 자연환경은 우리의 사고와 세계관을 형성하였다. 사계절의 순환은 우리에게 겨울이 와도 봄을 기다리며 인내하게 하였으며 고난의 현실을 극복하는 근면함과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였다. 한류에 담긴 민족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에 순응한 결과이다. 디지털 기술과 메타버스의 편리함에 안주하여 우리가 물려받은 소중한 감수성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