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인간의 삶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 집, 음식, 직업, 성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톨스토이가 내놓는 답은 결국 사랑과 인간에 대한 연민, 그리고 서로를 향한 선한 마음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난한 구두 수선공 세묜이다. 어느 날 세묜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회 근처에서 벌거벗은 채 웅크리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모른 척 지나치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에게 입혀주고 집으로 데려간다.
세묜의 아내 마트료나는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에서 낯선 남자까지 데리고 온 남편에게 화를 낸다. 하지만 그 남자의 처지를 보고 마음이 누그러지고, 결국 그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준다.
세묜이 데려온 남자의 이름은 미하일이다.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하느님의 명령을 받고 지상에 내려온 천사였다.
미하일에게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깨닫는 일이 주어져 있었다.
첫째,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둘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셋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미하일은 세묜과 마트료나를 만나면서 그 답을 하나씩 깨닫는다.
처음 미하일이 세묜의 집에 왔을때 그는 거의 죽을 것처럼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런데 마트료나는 처음에는 화를 냈지만 결국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따뜻하게 돌봐준다. 그 순간 미하일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후 미하일은 세묜의 가게에서 일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 사람은 내일을 위해 멋진 장화를 주문하지만, 정작 그가 살아서 그 장화를 신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를 통해 미하일은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주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천사라는 사실을 밝히며 세 번째 답을 말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한 계획이나 계산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힘의 근원을 물질이나 지식, 미래에 대한 확신에서 찾지 않는다. 삶은 서로의 사랑과 도움 속에서 살아간다.
톨스토이의 단편은 복잡한 사건이나 화려한 문체를 앞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보여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도 등장인물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과 그의 아내, 그리고 이름없는 천사가 등장한다. 그러면 그들의 작은 행동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톨스토이 단편의 첫 번째 특징은 도덕적, 철학적 주제이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죽음 앞에서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작품 속에 담는다.
두번째 특징은 단순한 이야기 속에 깊은 의미를 담는 방식이다. 이야기는 어린아이도 이해할 만큼 쉽지만, 어른이 읽으면 삶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세번째 특징은 가난한 사람, 농민, 노동자 등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톨스토이는 인간의 가치를 사회적 지위나 재산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다.
네번째 특징은 종교적, 윤리적 메시지이다. 톨스토이는 인생 후반부에 기독교적 사랑과 비폭력, 도덕적 삶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그의 후기 단편에는 “사랑
하라”, “용서하라”, “욕심을 버려라”,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는 메시지가 자주 나타난다.
대표적인 단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뿐 아니라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두 노인>, <바보 이반> 등에서도 인간의 욕망과 사랑, 선과 악, 행복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톨스토이는 인간의 욕심이 불행을 가져오고, 나눔과 사랑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따뜻한 동화 한편을 읽는 듯한 이야기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돈을 벌고, 더 좋은 집과 더 좋은 물건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보다 더 성공하기 위해 경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돈일 수도 있고 성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말하는 삶의 근본적인 힘은 사랑이다.
사랑은 거창한 희생이 아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외투를 건네는 것,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는 것, 지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처럼 아주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단순한 우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 작품을 다시 읽으면 의미가 달라진다. 젊을 때에는 성공과 미래가 중요하게 보이지만, 삶을 조금 더 살아본 뒤에는 결국 누구와 마음을 나누었는가, 누구에게 사랑을 주었고 누구에게 사랑을 받았는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톨스토이가 남긴 가장 큰 질문은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과 배려 속에 있다는 것.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삶의 모습도 달라졌지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