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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나쳐온 수많은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박완서 특유의 솔직하고 따뜻한 문체 속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전쟁의 상처, 가족에 대한 사랑, 나이 들어가는 삶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다.

특히 이 책은 ‘못 가본 길’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

던 삶과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삶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 내 생애의 밑줄, 2부 책들의 오솔길, 3부 그리움을 위하여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글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에는 ‘기억’과 ‘삶에 대한 사랑’이 산재되어 있다.

박완서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의 삶까지 다양한 기억을 꺼내 놓는다. 어린시절의 풍경과 가족의 모습, 서울에서 살아온 경험, 전쟁을 겪으며 경험한 공포와 가난, 그리고 문학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박완서의 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쟁의 기억이다. 박완서는 한국전쟁을 직접 겪었으며,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는 비극도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의 문학 전체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전쟁은 단순히 역사적인 사건이 아

니라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현실이었다.

작가는 개인적인 기억을 통해 전쟁이 사람의 마음과 가족, 인간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산문집은 단순히 고통스러운 과거를 회상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박완서는 아픈 기억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발견한다.

계절의 변화, 자연의 풍경,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 사람들과 나누었던 소소한 정과 음식같은 평범한 것들이 작가에게는 삶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것이 된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작가는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이야기 한다. 젊었을 때는 성공이나 욕망, 남들이 인정하는 삶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다.

함께 밥을 먹었던 시간,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자연을 바라보며 느꼈던 평온함 같은 것들이다.

이 책의 제목인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우리의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매우 상징적인 표현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어떤 길을 선택하면 다른 길

은 자연스럽게 포기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그때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나온 길은 현실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길의 고단함과 실패까지 모두 알게 된다. 반면 가보지 않은 길은 아직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아름답게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못 가본 길’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박완서는 여기에서 단순한 후회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생에서 선택하지 않은 길까지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준다.

지나온 삶을 후회하기보다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아직 남아 있는 길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특히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내가 조금만 다르게 살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박완서는 지나간 선택을 바꾸려 하기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찬찬히 바라보는

듯 하다.

박완서의 삶을 살펴보면 전쟁은 그의 삶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가족과 생이별하고, 오빠를 잃는 등 참혹한 경험을 겪었다. 이러한 전쟁의 기억은 훗날 박완서의 글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마흔 살에 장편소설 <나목>으로 문단에 등장했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늦은 등단이었다. 그러나 늦게 시작한 만큼 그의 문학은 자신의 실제 삶과 경험을 깊이 품고 있었다.

박완서의 작품에는 특별한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어머니, 아내, 노인, 주부, 평범한 이웃들이 등장한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와 인간의 욕망, 가족의 의미, 여성의 삶, 전쟁의 상처를 이야기했다.

박완서 문학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는 가족과 사회의 위선이나 인간의 욕망을 결코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았다. 때로는 매우 날카롭고 냉정하게 인간의 이기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또한 박완서의 문장은 어렵지 않다.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삶의 본질을 정확하게 건드린다.

밥을 먹고, 시장에 가고, 가족과 이야기하고, 계절을 느끼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발견한다. 특히 여성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중요하다.

그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억압과 희생을 이야기하면서도 여성을 단순한 피해자로 그리지 않았다. 자신의 욕망과 자존심을 가진 한 인간으로 그려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인생은 지나간 길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기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잃고, 많은 선택을 하며, 때로는 잘못된 길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완서의 글은 그 모든 것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온 시간이었다고 말해준다.

특히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진다. 젊었을 때의 선택, 가족과의 관계,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기억, 이루지 못한 꿈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떄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그 길을 가지 못했다고 해서 당신의 삶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닌가?”

박완서는 지나온 길을 미화하지 않는다. 상처도 있었고 후회도 있었으며 그 모든 시간을 끌어안은 채 삶을 바라본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시간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래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지나온 삶을 이해하고, 후회를 내려놓으며, 남아있는 삶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다.

박완서는 우리에게 완벽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 선택한 길도, 놓쳐버린 기회도, 아픈 기억도 모두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 한다.

결국 아름다운 인생인란 후회가 하나도 없는 인생이 아니라, 지나온 모든 길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아직 남아 있는 길을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인생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박완서의 ‘못 가본길’은 아쉬움의 다른 이름이면서 동시에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이미 지나온 길을 사랑할 수 있을때, 그리고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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