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하는지 보다 어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책
임감을 가지라고 말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오랜 시간 함께 지켜보는 것은 교육자료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어른들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본다. 누군가의 말을 얼마나 귀 기울여 듣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약속한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바라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직접 가르치지 않은 것까지도 배운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공간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만큼이나 어떤 태도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청소년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 사람과 정해진 절차만 수행하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같은 지도를 하더라도 그 행동의 뒤에 있는 이유와 상황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단순히 규칙을 지키게 하는 태도는 아이들에게 전혀 다르게 전달될 것이다.
물론 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모든 청소년의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책임지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책임질 수 없다는 것과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은 가능하다.
특히 가정 밖 청소년에게는 이런 경험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이미 여러 관계
속에서 실망하거나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청소년에게 또 다시 “어른은 결국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경험을 남기는 것은 단순한 생활상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해주는 어른, 문제가 생겼을 때 외면하지 않는 어른을 만나는 경험은 그 자체로 하나의 교육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쉼터에서의 교육은 프로그램 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식사를 함께하는 순간에도, 생활상의 작은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짧은 시간에도 교육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교육의 가장 중요한 교재는 어쩌면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려면 어른 역시 책임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관계의 중요성을 가르치려면 어른 역시 관계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하려면, 어른 역시 눈앞에 있는 한 사람의 삶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좋은 쉼터는 좋은 프로그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청소년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맡겨진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는지가 결국 그 공간의
문화를 만든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어른이 아닐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어른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대충 넘기지 않는 어른, 자신을 기억해주는 어른, 어려운 순간에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 어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가르치기 전에 먼저 보여주어야 할 것이 있다. 어쩌면 그것이 청소년쉼터에서 어른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육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