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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EF칼럼…정명애] 어른 김장하

내가 김장하 어른을 알게된 것은 문형배 헌법재판관 덕분이었다. 탄핵 인용 결정문을 읽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삶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문형배 재판관은 김장하 장학금으로 서울대 법대를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찾아뵌 자리에서 어른 김장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이 사회에 갚아라”

이 말씀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며 울먹이는 문형배 재판관의 모습에 감동받았다.

도대체 김장하 님은 어떤 분이신가? 너무 궁금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가 2023년 개봉되었다니 아쉬움이 컸다.

포스터의 문구를 읽어보니 더욱 안타까웠다.

악한 영향력의 시대에 ‘선한 영향력’의 희망을 봅니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인터뷰가 지금 시작됩니다.

 

 

 

 

감사하게도 전국의 영화관에서 ‘어른 감장하’가 재개봉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넷플릭스에서 김장하 어른을 만나뵐 수 있었다.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딱 내마음이 그랬다.

 

 

 

이 영화는 김주완 기자와 김현지 PD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 김장하 어른의 삶이 거울이 되어 감동과 함께 부끄러움이 솟아오른다.

김장하 어른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약종상에서 3년 일한 후에 한약사 시험에 합격하셨다. 19살에 남성장 한양방을 개업하셨는데 워낙 좋은 약을 싼 값에 지어주셨기에 직원이 19명으로 불어났다.

명신고등학교 이사장, 형평운동기념사업회장, 경상국립대남명학연구후원회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진주부이사장, 경상국립대발전후원회장, 지리산살리기생명연대공동대표… 모두 돈을 후원해야 하는 직함이다.

 

 

 

 

김장하 어른은 39살에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했다. 8년 후 국가에 헌납했는데 당시 100억이 넘는 재산이었다고 한다. 그때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섭섭할 거 하나 없다. 우리 둘이 빈손으로 만났잖아. 지금 이거 내버려도 우리 먹고 살만큼은 남아 있고, 빚진게 하나도 없는데 뭘 서운할게 있나”

김장하 장학생은 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장학생 중에는 문형배 판사처럼 전문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성당 한약방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평범한 김종명 씨도 있었다.

“선생님, 장학금을 받았는데 훌륭한 사람이 못되어 죄송합니다”

“훌륭한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유지한다. 물 흐르듯 살면 된다. 흐르다 앞에 받치면 돌아가고, 파여 있으면 채워가면 된다. 그게 보통사람이 하는 일이다”

김종명 씨는 양심냉장고의 주인이다. 세상을 유지하는 사람!

 

 

 

 

남성당 한약방이 문을 닫던 날 직원들과 사진을 찍으셨다. 평소 차 한대 소유하지 않고 자전거로 다니시던 김장하 어른을 모시기 위해 준비된 차에 오르기 전 그 분은 세상을 향해 경례를 하셨다.

다큐의 마지막 말
‘훈계는 넘쳐나지만 존경이 희미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곱씹게 하는 어른 김장하’

 

 

남성당 한약방은 진주시에서 기념 교육관으로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진주에 가보고픈 이유가 생겼다.

정명애 KCEF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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