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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소개] 우리동네 당신(수수께끼 시집)

이 책을 발행한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은 고양시 행신에 있는 민간 작은 도서관이다. 동네 주민 10가족이 중심이 되어 협동조합을 만들어 9평짜리 공간에서 시작한 동네 도서관이다.

이 재미있는 도서관에서는 해마다 봄이 되면 ‘동네북 콘서트’를 연다. 다양한 공연을 하기도 하고 읽었던 책을 낭송하기도 하며, 책을 매개로 인터뷰를 하는 토크쇼도 진행한다.

그러던 중 2024년에 펴낸 이 책에 소개된 쉰 다섯 편의 시는 동네사람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각자의 ‘당신’이 주제가 되어 쓰여졌다.

무대에서 각자의 ‘당신’에 대해 쓴 시를 낭독해, 그 당신이 누구인지를 맞추는 시간을 갖으며 즐거운 동네 잔치로 이끌어 내기도 한다.

 

 

 

 

‘당신’의 주체를 정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남의 말에 귀기울이며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쉰 다섯개의 시를 쭉 읽으면서 나의 ‘당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도 생각해 본다.

이 시들은 어느 전문 시인의 시 못지 않은 언어로 쓰여있다.

하나 하나의 시 뒷 편에는 ‘당신’의 주체가 무엇이었는지 정답을 알려주는데 시를 읽으며 추측해보며 답을 맞추기도, 못맞추기도 하는 재미를 더한다.

결국 ‘당신’은 각자에게 소중한 무엇이다. 그 소중한 무엇은 생각하면 할 수록 많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 소중한 무엇에 대해 시로든 수필이든 일기로든 글로 남기는 것에 대한 것은 삶을 잠시 정리하는 시간으로도 끌어낼 수 있다.

동네 잔치로 시작되는 북 콘서트는 동네 주민들의 호응을 끌어내며 공동체로서의 서로 도와가는 모습으로 발전한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글 쓰기에 부담을 갖기도 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통해 창작의 고통이 아닌 창작의 즐거움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되어 나의 삶도 돌아보지만, 남의 삶도 엿볼 수 있어 인생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하루하루 일상도 소중한 시의 소재로 끄집어 내어 좋은 시들을 쓸 수 있다.

시 쓰기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모두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책을 읽는 이들 모두 시인이게 하는데, 나도 나의 ‘당신’들을 찾아보게 한다.

이 시에서 쓰여진 ‘당신’은 기상천외하기도 하다.
‘수염’, ‘두려움’, ‘손님’, ‘아내’, ‘별명’ 등 아주 다양한데 그 중 재미있는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그란 너의 얼굴로
차가운 너의 얼굴로
하지만 뜨거운 울림으로
그렇게 내 심장을 뛰게해

숨어서 강하게
없는 듯 듬직하게
흔들림을 아름다움으로
그렇게 내 심장을 뛰게 해

깊은 동굴 속 바람소리로
뱃속에서 듣던 엄마의 숨소리로
찢어지는 하늘의 눈물소리로
그렇게 내 심장을 터뜨려

당신은
그렇게 날 살아있게 해

제목: 드럼 , 최김재연 씀

이렇듯 어느 소재든 글로 써보는 것이 일기와 같은 소중한 역할을 한다. 즐겁게 열리는 시 한 마당에 박수를 보낸다.

공동체의 장점과 독서의 소중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이들은 북 콘서트와 같은 동네 잔치를 열어 즐겁게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공동체로 서로 도와가며 사는 모습을 책과 글쓰기를 통하여 나를 조금씩 보여주는 것은 마음을 열게 하고 적극적인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하며 이웃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갖게 한다.

큰 도시에서도 소모임을 통한 공동체로의 시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대부분의 소모임은 공통된 취미로 모여져 있는데 사람과 사람이 이어질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시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더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고, 꼭 같은 취미가 아니어도 가까운 거리의 영역에서 관계맺음이 조금은 쉽게 될 것 같다.

대도시를 예로 보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조합이 형성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 책의 공동체처럼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지역에서의 공동체 모임은 저출산 문제나 노인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래본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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