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팔란티어(Palantir)는 최근 ‘메리토크라시 펠로우십(Meritocracy Fellowship)’이라는 이름의 고졸 전환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팔란티어는 지식의 습득보다 정보 활용 기술이 학위보다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팔란티어의 채용 과정에서는 면접관 대신에 인공지능이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을 통하여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고 분석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인공지능은 지원자가 정보사회에서 성장해 온 과정과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을 나타내는 ‘디지털 발자국’을 분석하여 능력을 평가한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대졸자 채용 프로그램과 별도로 고졸 능력자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대학 졸업장에 의존하던 개인의 능력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학벌과 인맥보다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분석하여 능력을 평가한다.
그동안 기업의 채용 방식은 공인 어학성적, 스펙, 학벌에 의해 결정되고 실무 능력은 서류와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이루어졌다. 학벌이 인재를 검증하고 걸러내는 ‘시그널링(signaling)’과 ‘필터링(filtering)’의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이 그 기능을 수행하면서 대학 간판과 전공지식의 가치가 퇴색하고 있다. 대학 간판보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채용 방식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서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는 막을 내리고 인공지능이 정신노동을 대체하고 로봇 기술이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이 경제 영역을 독점하고 기업의 매출이 국가의 GDP를 초월하여 국가의 정치적 기능을 대체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국제경영 개발원(IMD)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재 경쟁력 순위가 2021년보단 37단계 하락한 세계 49위로 나타났으며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는 구조적 전환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는 시대에서 학벌의 가치는 무의미하며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은 효과가 없다. 정보의 분석과 처리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2025년 12월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고학력, 전문직 일자리의 60% 이상이 인공지능에 노출되어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실무형 인재가 고학력자보다 더 필요하며 디자인, 번역,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는 이미 학벌이나 전공보다 포트폴리오와 성과가 우선적 스펙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학벌주의가 지배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고용시장은 학벌에 따라 차별화되고 취업 기회, 임금, 인적 네트워크가 결정된다. 대입 시스템은 수능의 준비 과정에 머무르고 학원에서는 암기와 정답 찾는 기술을 가르치고 기업은 명문대 출신을 확보하는 채용 정책을 고수한다. 정부의 교육 정책은 입시제도를 개편하기보다 점수 산정 방식의 개선에만 치중하고 있다. 학벌사회의 몰락은 시대적 위기가 아니라 성과사회, 능력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다. 우리가 이 전환기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 기업, 정부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개인은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추구하고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기업은 학벌보다 지원자의 실제적인 업무 과제 해결 능력을 검증하는 채용제도를 확립하고 교육 정책은 답을 찾는 객관식 교육이 아닌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주관식, 논술식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창의성은 다양성으로부터 형성되며 수능 중심의 획일화 교육은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을 약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