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젊은 시절의 빌 브라이슨이 배낭 하나를 메고 유럽 여러 나라를 떠돌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풀어낸 여행 에세이로, 유럽의 풍경과 문화뿐 아니라 인간의 삶과 자유, 그리고 여행이 주는 성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원제는 이며, 특유의 유머와 풍자, 따뜻한 시선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책은 저자가 20년만에 다시 유럽을 여행하며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그는 젊은 시절 가난한 배낭여행자로 유럽을 떠돌았고, 그 시절의 설렘과 혼란, 낭만을 잊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유명작가가 된 후 다시 유럽을 찾은 그는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관광지 소개에 있지 않다.
빌 브라이슨은 유명한 건축물이나 미술관보다 기차역에서 만난 사라들, 길을 잃은 경험, 불친절한 호텔직원, 엉뚱한 실수와 같은 사소한 사건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 속에는 그 나라 특유의 성격이 고스란히 들어나며 재미있고도 유쾌한 수다로 풀어낸다.
그는 여행지의 아름다움만을 찬양하지 않는다. 때로는 불평하고, 때로는 투덜거리며, 때로는 문화적 차이를 유머로 승화 시킨다. 독자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유럽의 진짜 일상을 엿보게 된다.
예를 들어 그는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를 감탄하며 바라보다가도 복잡한 교통체계나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인들의 태도를 재치있게 비판한다. 이러한 솔직함은 독자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여행의 현실을 보여준다.
여행이란 낭만적인 순간만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불편함과 실수까지 포함하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빌 브라이슨의 가장 큰 장점은 관찰력이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나치는 장면에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한다.
거리의 간판 하나, 식당의 메뉴판 하나, 기차 안 승객들의 표정까지도 유쾌한 글감이 된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관찰하는 인문학적 에세이에 가까운 여행기이다.
작가의 성향 역시 이 책 곳곳에 드러난다. 그는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사람이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비웃지만 인간 자체에 대해서는 애정을 잃지 않는다.
또한 지적 호기심이 매우 강하다. 역사, 언어, 문화, 과학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여행지의 배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런한 성향은 이후 <거의 모든것의 역사>, <나를 부르는 숲>과 같은 대표작들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배우고 발견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빌 브라이슨의 삶 역시 흥미롭다.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유럽으로 건너가 영국에서 생활하며 기자로 일했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들어갔다가 영국으로 재이주하여 영국 시민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는 한 나라에 완전히 속하기보다 여러 문화의 경계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외부자의 객관적인 시선과 내부자의 애정 어린시선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책이 독자에게 전달하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세상은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여행전에 책과 지도속에 존재하던 장소들이 실제로 걸어보고 부딪혀 볼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공간이 된다. 빌 브라이슨은 여행을 통해 편견이 깨지고 시야가 넓어진다고 말한다.
둘째, 인생은 목적지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여행 중 길을 잃고 기차를 놓치고 실수를 반복하지만, 오히려 그런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다. 완벽하게 계획된 성공보다 예상치 못한 시행 착오가 인간을 성장시킨다.
셋째, 유머는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라는 점이다. 빌 브라이슨은 불편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찾는다. 그의 유머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넷째, 여행은 결국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지만 사실은 젊은 시절의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며 인간이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발칙한 유럽산책>은 여행기이면서 동시에 성장 에세이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유럽게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도 “나도 한번 낯선 길을 걸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긴다.
빌 브라이슨은 거창한 철학을 말하지 않지만, 그의 유쾌한 여행담속에는 삶을 조금 더 가볍고 넓게 바라보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결국 <발칙한 유럽산책>은 유럽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세상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며, 독자에게도 일상의 작은 여행자가 되어보라고 권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