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문화진흥원 이사진은 4월 14일 경기도 광주 소재, 조선 후기 실학자 순암 안정복 선생의 서재 ‘이택재’를 탐방했다.
이번 탐방은 순암연구소 안용환 소장의 안내로 진행됐으며, 단순한 유적지 관람을 넘어 한국 사상사의 뿌리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이택재는 단지 고택이 아니다. 이곳은 순암 안정복 선생의 학문과 정신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안 소장은 순암의 생애와 정신세계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덧붙이며, 이 자리가 갖는 역사적 상징성과 정신적 가치를 조명했다.
“조선이 개국되면서 태조가 나라 일을 맡기고자 했지만, 안정복 선생은 고려의 충신인 선조님을 배신할 수 없다며 끝내 관직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선생의 충절에 감복해 ‘안의 정치는 내가 하고, 밖의 정치는 자네가 맡게’ 하며 관찰사직을 맡긴 일화는 유명합니다.”…순암연구소 안용환 소장 발언 중.
순암의 발자취와 조선 실학의 정수
안정복 선생은 『동사강목』을 집필하며 한국사 연구의 토대를 닦은 인물로, 조선 후기 실학을 대표하는 지성이다. 또한 다산 정약용, 성호 이익 등과 깊은 학문적 연계를 가지며 후대 실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임관정요라는 저서를 통해 행정철학을 정리했는데, 이 책이 50년 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지금은 위키백과에도 그렇게 나오죠.”
순암 선생의 생애는 청백리 정신의 표본이었고, 그의 학문은 단순한 역사서술을 넘어 실천적 유교의 전범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안 소장은 오늘날 광주시와 지역사회에서 순암의 위상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신익희나 허헌 선생에게는 수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반면, 순암 선생은 10원 한 장 관심받지 못합니다. 광주시는 지금이라도 조선 사상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문화유산,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이날 참석자들은 유적의 역사적 가치에 감명을 받았으며, 향후 우리문화진흥원의 인문학·예절교육 프로그램에 이택재를 적극 활용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여름방학 기간 중 외국 청년을 대상으로 전통 성년례 행사의 시범 운영 장소로도 거론되었다.
이택재는 단지 유적지가 아니다. 그것은 순암 안정복이라는 인물의 철학이, 정신이,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그 숨결을 직접 마주한 이날의 탐방은, 우리 문화유산이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우리문화진흥원 강근아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