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눕혀진 자리에서 길을 세우다”…13도 창의군 정신을 오늘의 시민교육으로 잇다

한국시민리더십학습원이 운영하는 ‘서울 자유길 학교’는 서울 곳곳에 남아 있는 근-현대사 사적지와 문화재, 인물의 흔적을 따라 걷는 체계적인 역사 해설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를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이해하고 체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서울 자유길 학교’는 이제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발걸음을 넓히고 있다.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의 전국 네트워크와의 협업 속에, 첫 확장의 무대로 경기 구리시가
선택됐다. 한국시민리더십학습원은 구리지역사회교육협의회와 협력해, 근-현대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살리는 ‘구리 자유길’을 개설했다.

구리 자유길의 출발점은 ‘원수부 13도 창의대진 수택리 집결지 기념비’다. 이곳은 이인영 총대장과 허위 군사장을 비롯해 의병들이 집결했던 역사적 장소로, 일제에 맞서 결성된 13도
창의군의 결의가 모였던 자리다. 당시 이인영 총대장이 이끈 의병군은 원주를 거점으로 무장 항일투쟁을 전개하며, 서울 탈환을 목표로 전국 각도의 의병들에게 봉기와 연대를 호소했다.
그 결과, 구리 수택동에는 약 1만 명 규모의 항일의병이 모였고, 이는 24개 진으로 재편된 ‘13도 창의대진소’로 이어졌다.
‘구리 자유길’은 바로 이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이다. 지난 12월 17일, 구리지역사회교육협의회 햇살학교와 협업으로 진행된 자유길 해설에는 한국시민리더십학습원
서울자유길학교 추진위원장인 백장흠 가인던스가 해설자로 나섰다.
그러나 그날,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현실도 마주해야 했다. 독립운동을 기리는 다수의 기념비가 사람들의 시선 밖에서 ‘누운 채’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원수부 13도 창의대진
수택리 집결지 기념비 역시 구리시 수택동 장자호수공원 잔디밭 안쪽에 눕혀져 있어,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 의미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햇살학교 수강생 가운데는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늘 지나치던 곳이 이렇게 위대한 역사의 현장인 줄 몰랐다”는 놀라움과 아쉬움을 전했다. 역사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말 걸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바로 한국시민리더십학습원이 ‘자유길 학교’를 전국으로 확장하려는 이유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쉽게 잊히고, 잊힌 역사는 다시 눕혀진다. 자유길은 그 눕혀진
기억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시민교육의 길이다.
이날 행사는 구리지역사회교육협의회 백인순 국장의 세심한 준비 속에 진행됐다. 이동 동선과 시간 조율은 물론, 이동용 마이크까지 세심히 준비해 수강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연세가
있는 수강생들을 위해 협의회 이사, 김순복 감사, 백말자 선생, 김동욱 씨가 차량 자원봉사로 힘을 보태며, 공동체적 연대의 의미를 더했다.
한국시민리더십학습원은 앞으로 ‘구리 자유길’을 구리지역사회교육협의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개인주의와 역사 인식의 약화가 우려되는 오늘의 시대 속에서,
3-1독립혁명의 정신을 되살리고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시민 리더 양성의 장으로 자유길을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역사는 박물관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걷는 길 위에서,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다시 말을 건다. 구리 자유길은 그 물음에 응답하는 첫걸음이 되고 있다.
한국시민리더십학습원 사무국장 이석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