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놀이 삼아 만든 아이스-나인이라는 물질 때문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조금은 허무 맹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더니 대항문화를 대변하는 소설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이 책에 나오는 필릭스 호니커 박사의 실제모델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어빙 랭뮤어로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어 진다. 과학과 종교, 인간의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제목인 ‘고양이 요람’은 실뜨기놀이를 일컫는데 실을 양쪽 손가락에 얽어서 만든 여러가지 모양이 마치 요람처럼 보였던걸 (우리나라에서는 둘이 하는 실뜨기가 일반적이지만 미국을 포함한 여러나라에서는 보통 실뜨기를 혼자서 한다.) 소설에 접목한다.
실뜨기를 즐기려면 자신이 얽어놓은 실안에 실제로 요람이 존재한다고 믿어야한다. 그리고 요람을 생각하면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행복과 위안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모든 종류의 거짓을 상징한다. 실제로는 고양이도 요람도 없다는 점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과 의미 부여를 상징한다.
이 소설은 ‘존(혹은 요나)’이라는 화자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를 소재로 한 책을 쓰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 펠릭스 호니커의 삶을 조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호니커의 세 자녀를 만나게 되고, 그들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치명적인 물질 ‘아이스-나인’의 존재를 알게된다. 이 물질은 물과 접촉하면 모든 물을 순식간에 얼려 버리는 위험한 물질로, 결국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재앙의 씨앗이 된다.
이야기를 가상의 카리브해섬 ‘산 로렌조’로 무대를 옮기면서 더욱 기묘하고 풍자적인 색채를 띤다. 이곳에서는 ‘보코노니즘’이라는 독특한 종교가 등장하는데, 이는 거짓임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신념 체계다.
보코노니즘은 ‘모든 종교는 거짓이지만, 그 거짓이 인간을 살아가게 한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인간이 진실보다 위안을 선택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려는 핵심주제는 첫째, 과학의 무책임성이다. 펠릭스 호니커는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연구를 수행하지만, 그 결과가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는 과학이 윤리와 결합되지 않을때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
둘째, 종교과 진실에 대한 풍자이다. 보코노니즘은 스스로를 ‘거짓’이라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제공한다. 이는 인간이 반드시 진실만으로 살아갈 수 없으며, 때로는 허구와 믿음이 삶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셋째,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결국 그들의 행동은 우연과 아이러니속에서 무력해진다. 특히 아이스-나인으로 인한 종말은 인간의 오만과 무지, 그리고 통제 불가능한 세계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커트 보니것은 짧고 단순한 문장, 냉소적 유머, 그리고 단편적인 구성방식을 사용해 독자에게 가볍게 읽히면서도 깊은 사유를 유도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다소 엉뚱하고 비현실적이지만, 그 숙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현실적이고 묵직하다.
[고양이 요람]의 의미를 결국 “인간은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과학은 진실을 추구하지만 윤리를 보장하지 않으며, 종교는 거짓일지라도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 이 사이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하며 살아간다. 보니것은 이 작품을 통해 절대적인 진실이나 완전한 체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의 삶 자체가 하나의 ‘고양이 요람’과 같은 허구적 구조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책은 단순한 풍자 소설을 넘어,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위험성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작품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읽고 난 뒤에는 묵직한 여운과 함께 ‘나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오래도록 남긴다.
커트 보니것은 미국 본토에서는 20세기의 마크 트웨인이라 불릴 만큼 명망이 높았지만, 그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허무주의적, 염세주의적인 내용 때문에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작가이다.
종전 이후 시카고 대학교의 인류학과에 석사로 들어갔지만 논문을 인정받지 못하고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었으며, 고양이 요람 같은 작품을 써내며 작가로 등단했다. 결국, 시카고 대학교 인류학과는 이 ‘고양이 요람’을 석사논문으로 인정해 그에게 석사학위를 주었다.
보니것의 생각은 장기적 관점에서보면 절망과 모순만이 가득한 세계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지성에서 비롯되는 체념과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최대한 감사히 누리는 것이다. 어쨌든 ‘그래도 웃어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