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대학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 교수는 학습과 대인관계 연구를 통하여 인간의 뇌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밝혔다.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며 좋은 사건보다 나쁜 사건을 더 오래 기억하고 긍정적 관계보다 부정적 관계에 더 영향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일이 신뢰를 형성하는 힘보다 나쁜 일이 신뢰를 무너뜨리는 힘이 더 크며, 나쁜 소문은 좋은 소문보다 더 빨리 형성되고, 더 오래 지속된다. 진화론적으로 좋은 열매를 놓치면 내일 다시 따면 되지만 포식자를 놓치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긍정적 기회를 놓치는 비용과 부정적 위협을 놓치는 기회비용이 전혀 다르기에 자연선택은 위협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개체를 향하였다.
2008년 신경과학 저널 ‘뉴런(Neuron)’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신뢰가 깨진 사람에게는 공포와 위험을 감지하는 뇌의 편도체에 이상 반응이 감지된다. 우리 몸의 화학적 시스템은 부정적 경험을 오래 붙잡고, 긍정적 경험을 빨리 흘려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 뇌의 ‘편도체(amygdala)’는 부정적 이미지에 긍정적 이미지보다 더 크게 반응한다. 부정적 자극은 긍정적 자극보다 생리적 각성도가 커서 심박수, 피부 전도도 같은 신체 반응도 더 빠르다. 편도체는 화재경보기처럼 뇌에 존재하는 보호회로다. 그것은 무의식에 연결되어 긍정적 의지와는 별개로 부정적 경험을 떠올릴 때마다 신경계통에 작용한다. 부정적 경험을 통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체내에서 반감기가 약 한 시간이며 자극이 사라진 후에도 수 시간에 걸쳐 천천히 감소한다. 스트레스의 상황에서 이성과 의지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코르티솔이 아직 혈류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쾌감과 관련된 도파민은 신경에서의 작용 시간이 초 단위이다. 왜냐하면 도파민 수송체에 빠르게 재흡수되기 때문이다.
뇌에 입력된 부정적 경험은 심리학적으로 ‘부정 편향’으로 나타난다. ‘부정 편향’은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심리 현상 중 하나로,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그 영향을 더 크게 받으며, 더 오래 기억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그것은 개인의 성향을 넘어 사회 심리학적 현상이며 진화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생존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부정 편향’은 자기의 생각이나 신념을 고수하며, 더 잘 기억하는 ‘확증 편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강화된다. 두 편향이 결합하면 대인관계와 사회적 태도에 있어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해결되지 않은 부정적 사건일수록 뇌의 ‘반추 루프’가 강하게 작동하며 여러 번 반추되는 경험은 뇌가 보내는 위험신호다. 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존 고트먼(John Gottman) 교수는 30년 동안의 연구를 토대로 대인관계에서 긍정적 상호작용과 부정적 상호작용의 비율이 5:1이 되어야 관계가 유지된다고 주장하였다. 뇌가 부정적 자극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섯 배의 긍정적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 없는 관계는 친밀해질 수 없고 성장할 수 없다. 오래가는 관계는 갈등 없는 관계가 아니라 갈등 상이의 연결고리가 있는 관계다. 부정적 상호작용 속에서도 긍정적 상호작용을 통한 연결이 관계를 결정한다. 나쁜 것이 더 강하다면 우리는 좋은 것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믿음의 크기만큼 배신감의 크기도 더하다. 구성원 한 명의 행동이 조진 전체를 무너뜨리고 식품 브랜드의 위생 문제 하나에 소비자는 등을 돌린다. 그런데 우리는 신뢰를 가볍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만 너그럽고 관대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사소한 것이 남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신뢰를 안전으로 불신을 위험으로 인식한다. 불신 사회에서 신뢰는 용기이기에 우리는 그 용기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