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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정 밖 청소년, 학업보다 먼저 마주하는 ‘생활교육의 공백’

“근데 하나 안 하나 결국 비슷해지잖아요”에서 시작되는 교육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한 교육지원이라고 하면 흔히 학업이나 진로를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청소년쉼터에서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원이나 학습 프로그램을 지원

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쉼터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학업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모든 가정 밖 청소년이 생활습관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성장 배경과 경험, 성격과 생활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청소년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가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했을 법한 생활교육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가 있다.

자신이 사용한 공간을 정리하는 방법, 개인위생을 관리하는 방법,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과 예절, 자신의 행동이 주변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배우는 일 등이 그렇다.

이러한 것들은 학교의 교과서에서 반드시 가르치는 내용도 아니고, 시험을 통해 성취도를 평가하는 영역도 아니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에는 분명히 필요한 교육이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쉼터에서 생활교육을 하다 보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방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정리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개인위생이나 청결에 대한 교육 역시 한 번 설명했다고 해서 곧바로 생활 속 습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청소년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근데 하나 안 하나 결국 비슷해지잖아요.”

이 말을 단순히 ‘하기 싫어서 하는 말’이라고 받아들이면 생활교육은 쉽게 훈육이나 통제의 문제로만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

어쩌면 이 말에는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아직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을 정리하는 것이 단순히 어른이 시키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공간을 스스로 관리하고 생활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한 번의 설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알려주고, 함께 해보고, 다시 잊으면 다시 알려주고, 스스로 해낼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활교육은 ‘훈육’이 아니라 자립을 위한 교육이다.

이 지점에서 쉼터에서 이루어지는 생활교육을 단순한 규칙 준수나 생활지도 정도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청소년이 자신의 공간을 관리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공동생활의 규칙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능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 밖 청소년 가운데에는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생활을 충분히 경험하거나 배

울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청소년도 있다.

그렇다면 사회는 그들에게 단순히 “왜 이것도 못하지?”라고 질문하기보다, “이것을 배울 기회가 있었을까?”라는 질문도 함께 던질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생활습관의 문제를 가정환경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청소년 개인의 성향이나 발달과정, 또래관계, 학교생활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그럼에도 성장 과정에서 충분한 경험을 갖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다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담당해야 할 교육의 한 부분일 수 있다.

교육은 교과서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한 교육지원은 학업지원과 진로지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학교에서 교과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고, 학원이나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학업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몸을 돌보고, 자신의 공간을 관리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 역시 교육이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생활교육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던 청소년에게는, 일상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자립을 준비하는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생활교육은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나지 않는다.

알려주고, 함께 해보고, 다시 잊으면 다시 알려주고,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은 때로 느리고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은 원래 한 번의 설명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특히 배울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던 청소년에게는 더욱 그렇다.

가정 밖에 있다는 이유로 교육에서도 밖으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어쩌면 우리가 가정 밖 청소년에게 제공해야 할 교육은 ‘더 많은 공부’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일상을 배우고, 관계를 배우고, 책임을 배우는

것.

그것 역시 교육이며, 쉼터에서 이루어지는 생활교육은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중요한 교육의 한 과정이다.

 

충청북도남자중장기청소년쉼터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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