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은 물질적 풍요와 경쟁을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 사회에서 소박하고 자립적인 삶이 무엇인지 보여 준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행복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데 있지 않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자신의 노동으로 삶을 꾸려가며, 꼭 필요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데 있었다.
헤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이러한 삶의 철학을 음식과 식생활이라는 일상적인 주제를 통해 들려주는 책이다.
음식을 바꾸는 일은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간소하게 준비하고, 먹는 일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헬렌은 음식이 화려하거나 복잡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신선한 채소와 곡물, 과일처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중심으로 식탁을 꾸리고, 음식 본래의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지나치게 가공된 식품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일은 몸을 돌보는 동시에 자연을 존중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먹는 일을 삶의 중심에 놓기보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돈을 쓰기보다는 독서와 사색, 노동과 자연 속의 생활에 더 많은 의미를 두었다.
그렇다고 소박한 식탁이 결핍이나 불편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을 분명히 알고 불필요한 욕심을 덜어 내면 적은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우리는 풍성한 먹거리와 편리한 배달 음식 속에서 살아가지만, 식재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소박한 밥상>은 식생활을 통해 소비습관과 우선순위를 되돌아보게 한다.
헬렌 니어링(1904~1995)은 미국의 작가이자 자연주의적 삶을 실천한 인물이다.
비교적 풍족한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어린시절부터 예술과 자연을 가까이 했다. 바이올린을 공부하고 유럽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접했고, 젊은 시절의 경험은 이후 그녀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주었다.
헬렌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경제학자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스콧 니어링과의 만남이었다.
스콧은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과 전쟁을 비판하고 사회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도시의 경쟁과 소비 중심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1932년, 두사람은 뉴욕을 떠나 버몬트주의 시골 농장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직접 땅을 일구고 작물을 재배했으며, 돌을 모아 집을 짓는 등 생활에 필요한 많은 일을 스스로 해결했다. 이후 1950년대에는 메인주로 옮겨 자급자족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 갔다.
그들의 생활은 낭만적인 전원생활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농사를 짓고 집을 짓는 일에는 고된 노동이 필요했고,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맞춰 생활해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노동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삶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자립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헬렌은 스콧과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책을 썼으며,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글쓰기와 방문객을 맞이하는 일을 계속했다.
스콧은 1983년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헬렌은 1995년 91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추구했던 삶의 철학을 글로 남겨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두 사람이 추구한 삶의 핵심은 자발적인 소박함, 노동을 통한 자립,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정신적인 자유였다.
그들은 적게 소유함으로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사회에서는 좋은 집과 많은 재산, 값비싼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 되곤 한다. 필요한 것을 줄이면 생계를 위해 무조건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노동은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과정이었다. 그들은 농사를 짓고 집을 짓는 육체노동과 독서, 집필같은 정신 노동을 중요하게 여겼다.
노동의 목적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거나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바라보면서, 직접 기른 채소를 먹고 계절의 흐름에 맞춰 생활하는 것은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경험하는 일이었다. 이런한 태도는 오늘날 환경오염과 과잉소비,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얼마나 많이 생산하고 소비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사회의 기준에 무조건 순응하기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삶을 선택하려 했다.
그들의 생활방식이 누구에게나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급자족에는 경제적 조건과 노동력, 생활환경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 준 실천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소비과 경쟁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더 넓은 집에 살고, 더 많은 돈을 모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물질은 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물질적인 풍요만으로 마음의 여유와 삶의 만족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헬렌 니어링이 식탁에서 실천한 소박함은 생활 전체로 확장된다.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소비를 줄이면 자신의 생활을 차분히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그 여유를 독서와 글쓰기, 산책과 사람들과의 만남에 사용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적게 먹거나 가난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일이다.
스콧과 헬렌 니어링의 삶은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을 따라가느라 정작 내가 원하는 삶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생계를 유지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쏟느라 삶의 기쁨을 잊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묻는다.
두 사람의 철학을 오늘날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렵더라도, 식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며,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하루에 조금이라도 사색할 시간을 마련하는 일은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
결국 소박한 삶이란 가진 것이 적은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알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한 욕심을 덜어 내는 삶일 것이다.
<소박한 밥상>은 음식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책이다.
그리고 니어링 부부의 삶은 행복이 더 많이 소유하는 데서가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하루를 살아가는 데서 시작될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