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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는 상실을 겪은 후, 살아가기 위한 직업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정한다. 그러면서 슬픔과 아픔을 안은 채 느리고 천천히 삶을 바꿔나가는 여정을 갖는다.

그 속에는 메트(메트로폴리탄의 명칭)에 있는 작품들과 함께 예술을 바라보며, 형의 죽음이라는 큰 사건을 조용히 자신속에 녹아내며 극복해 간다.

대학 졸업 후 <뉴요커>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암으로 투병하던 친형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맞는다. 가까운 이의 죽음은 늘 그렇듯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무기력을 안겨주는데, 무기력을 이겨내는 방법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마음먹는다.

그 안에는 수많은 거대한 작품들, 직원들, 관객들이 있어 그들을 통하여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발견해 나간다.

이 책은 그 안에서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갖고, 그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생각과 관찰에 대한 기록이다.

미술관 각 구역을 경비하면서 속도를 늦춘 삶에 대한 의미를 상세하게 묘사한다.

미술관 경비원이라는 직업은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그 반복 속에서 깊은 사색의 기회를 갖는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관람객이 스쳐가는 공간에서 그는 그림 앞에 있는 관객들의 표정, 말, 머무는 시간, 작품과의 관계를 관찰한다. 그 속에는 다양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다.

미술관에 있는 많은 예술작품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은 저자와 함께 존재하여 천천히 작가 자신속으로 스며든다.

작품앞에서 무엇을 이해하려 애쓰기 보다는 그저 조용히 서서 작품과 시간을 나눈다. 예술을 바라보는 것은 전문가만의 영역은 아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공간이 된다.

일반인도 예술감상이 반드시 지식이나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그저 머무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또한 슬픔을 안고 일을 선택하는 작가만의 가치관이 공감을 일으킨다.

현대 사회에서 ‘일’의 의미는 성공과 효율, 성취의 기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저자는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통해 오히려 인간다운 삶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선택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어떤 삶이 나에게 진정 의미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형의 죽음 이후 느끼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은 미술관에서 작품과 만나며 이겨내는 중심축이다.

조용한 공간속에서 슬픔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삶의 일부로 통합해간다. 작품과의 만남은 때로는 위로가 되고, 떄로는 기억을 불러오는 매개가 된다. 이처럼 예술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의 역할을 한다.

저자의 이야기는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과장되지 않은 솔직함이 드러난다. 이 책을 읽으면 미술관의 한적한 전시실을 천천히 걸으며 작품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은 받는다.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 전개는 없지만, 일상의 깊이를 발견하는 잔잔한 울림이 있다.

함께 있는 그림들은 글과 함께 작품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10년을 일한 후, 확장된 자기삶을 위한 직업을 찾는다. 그것은 ‘뉴욕도보여행 가이드’라는 일이다.

또 하나는 책을 쓰는 작가로서의 일이다. 미술관 내부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충분한 사색을 하고, 그 다음은 세상밖으로 향한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종종 멈추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잠시 멈춰 서서 자신과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 멈춤 속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

상실과 회복, 일과 삶, 그리고 예술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한 철학적 에세이다. 이 책은 ‘바쁘지 않아도 괜찮은 삶’, 눈에 띄지 않아도 충만한 시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을 대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내가 바라보는 것이 작가의 생각과 같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작가의 의도와 내가 바라본 시각의 차이,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 유명한 작품들,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의 작가에 대한 고찰, 이런 것들이 삶에 대한 생각들을 끌어낸다.

저자는 미술관 구석에서 오랜시간 지켜본 이야기들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말해준다. 최고의 도슨트를 만나고 온 기분이 든다.

나와 멀지 않은 이야기 같아 쉽고 한 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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