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코미디와 액션, 가족드라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언뜻 보면 노년의 일상을 그린 소박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마치 ‘노년판 미션 임파서블’을 보는 듯한 유쾌한 재미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94세의 배우 준 스퀴브가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는 점이다. 70년이 넘는 배우 생활 동안 수많은 조연을 맡아 온 그녀가 90대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영화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 셀마 포스트는 93세의 평범한 할머니다. 혼자 생활하지만 스스로를 돌보며 자립적인 삶을 살아간다. 손자 다니엘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셀마는 어느 날 충격적인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손자를 사칭한 남성이 교통사고를 냈고 감옥에 갈 처지라며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손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던 셀마는 의심할 겨를도 없이 1만달러를 보낸다. 하지만 곧 이것이 보이스피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가족들은 경찰에 신고하고 잊으라고 말하지만 셀마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평소 즐겨 보던 액션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처럼 직접 사기범을 찾아가 돈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운전도 쉽지 않은 나이지만 오래된 친구 벤을 찾아간다. 벤은 전동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친구로, 처음에는 위험하다며 만류하지만 결국 셀마의 모험에 동참한다.
두 사람은 전동 스크터를 타고 도시를 누비며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경찰보다 먼저 사기범의 흔적을 쫓고, 우체국과 여러 장소를 오가며 조금씩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영화는 추격전마저 노인들의 속도에 맞춰 유쾌하게 연출한다. 계단 하나를 오르는 장면조차 긴장감 있게 표현된다. 거대한 폭발이나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노년의 몸으로 해내는 모든 행동이 하나의 영웅담처럼 느껴진다.
후반부에서는 셀마가 결국 사기범과 마주하게 되고, 침착함과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돈을 되찾는다. 단순히 돈을 회수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노인도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남기며 영화는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이 영화에 출연한 개성깊은 배우들, 먼저 준 스퀴브( June Squibb ) — 셀마 포스트 역
1292년생인 그녀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배우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영화와 TV를 오가며 수십 년 동안 활약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셀마 포스트의 화려환 외출>은 그녀의 첫 주연 영화다. 90대의 나이에도 직접 액션 장면을 소화하며 유머와 감동을 동시에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연약한 노인이 아니라 강인하고 지혜로운 여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프레드 헤킨저( Fred Hechinger ) — 손자 다니엘 역
셀마의 손자 다니엘 역은 또오르는 젊은 배우 프레드 헤킨저가 맡았다. 다니엘은 할머니를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동시에 할머니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사건을 겪으며 그는 보호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프레드 헤킨저는 <글레디에이터 2> <화이트로투스> 등으로도 주목받은 배우이며, 이번 작품에서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손자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리처드 라운트리( Richard Roudtree ) — 벤 역
셀마의 친구 벤은 영화 최고의 감초 캐릭터다. 전동 스쿠터를 타고 셀마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그는 유쾌하면서도 든든한 동반자다. 두 노인이 보여주는 우정은 영화의 가장 따뜻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벤을 연기한 리쳐드 라운트리는 1917년 영화 <샤프트(shaft)>로 미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배우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촐연작이 되어 더욱 의미를 더한다.
[셀마 포스트의 화려한 외출]은 노인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을 유쾌하게 뒤집는다. 셀마는 누군가의 도움만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이다. 또한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풀어내 누구나 공감하며 볼 수 있다.
감독 조시 마골린은 실제 할머니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은 과장된 영웅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도 삶은 계속되고, 용기와 도전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따뜻하면서도 통쾌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웃음과 감동,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함께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감상해 볼 만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