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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타샤의 그림 인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삶의 중심에 놓고, 그것을 오래도록 꾸준히 가꾸어간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의 인생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마 타샤 튜더의 인생은 작은 오두막 한 채와 정원, 꽃과 나무, 동물들, 오래된 가구와 주전자,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질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곁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의 평온한 얼굴이 있을 것이다.

<타샤의 그림 인생>은 미국의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인 타샤 튜더의 삶과 작품을 담

은 책이다. 타샤 튜더와 헤리 데이빗이 함께 만들었다.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다시 출간되었고, 2025년에는 140여 점의 작품을 담은 개정판 <타샤의 그림>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을 펼치면 기분 좋아지는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린아이와 동물, 눈 내린 풍경, 정원과 집, 계절의 변화가 섬세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펼쳐진다. 그림을 따라가다보면 그 안에 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타샤 튜더는 1915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아버지의 친구 집에서 성장했고, 그곳에서 자유로운 생활과 창의적인 환경을 경험했다. 일찍 학교를 떠난 뒤 그림을 그리고 동물을 키우며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를 만들었다.

우리는 예술가라고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특별한 사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타샤에게 그림은 아주 현실적인 삶의 일부였다.

아이들을 먹이고 키우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정원을 가꾸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에는 삶의 온기가 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삶을 희생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다.

고단한 삶도 그림으로 바꾸었다. 타샤의 삶이 처음부터 아름답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결혼과 이혼, 네 아이를 키우는 일, 경제적인 어려움 등 현실적인 고난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그림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재능을 현실적인 힘으로 바꾸어 삶을 꾸려갔다.

그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말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책임을 포함하는지 알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떄로는 그것으로 돈을 벌어야 하고, 가족을 책임져야 하며, 지치고 힘든 날에도 계속 해야 한다.

타샤가 보여준 것은 바로 그런 성실한 즐거움이다.

그녀는 그림을 꿈으로만 간직하지 않았다. 매일 그림을 그렸고,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렇게 오랜시간 쌓아온 결과 그녀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작가이자 삽화가가 되었다.

약 100권에 이르는 그림책을 남겼고 대표작인 <1은 하나>와 등으로 칼데콧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타샤 튜더의 삶에서 특히 마음에 남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꿈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56세가 되어서야 인세 수입으로 버몬트의 산골에 땅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곳에 18세기풍의 집을 짓고 자신이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정원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의 중요한 꿈은 젊을 때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샤의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꿈은 오래 기다려야 한다. 어떤 꿈은 젊었을 때는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조금씩 조건이 갖추어지고 마침내 자신이 원했던 삶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타샤의 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정원이 아니다. 그것은 오래 기다린 꿈이 현실이 된 장소다.

타샤는 현대적인 편리함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옛 생활 방식을 선택했다. 오래된 가구와 그릇을 사용하고, 골동품 옷을 입고, 인형을 만들고,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생활을 사랑했다.

그녀의 삶을 보고 있으면 ‘남들이 어떻게 사는가’보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어떤 생활을 좋아하는가”

따뜻한 그림들이 인상적이고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이와 더불어 이 그림을 만들어낸 타샤의 삶에 더 감동을 받는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고,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있으며, 가족과 동물에 대한 애정이 있다. 자신이 살아보고 싶었던 세계를 그림으로 먼저 만들고, 그것을 실제 생활속에서도 하나씩 구현해갔다.

그래서 타샤의 그림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그림은 아니다. 그림과 삶이 서로 닮아 있다.

그녀가 그린 꽃과 정원은 실제로 그녀가 가꾸었던 정원과 연결되어 있고, 그림 속의 오래된 생활은 그녀가 실제로 선택했던 삶과 이어진다.

그림이 삶의 표현이고, 삶이 다시 그림의 재료가 된다.

타샤는 자신의 삶을 남이 정해주는 방식으로 살지 않았다.

힘든 일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으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자기 삶의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거창한 행복보다는 꽃 한 송이를 심고, 동물을 돌보고, 오래된 물건을 아끼고, 그림을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았다.

그 작은 기쁨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었다.

이 책을 보다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은 오히려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천천히 만들어 가는 인생을

보여준다.

인생은 거대한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순간에 내가 좋아하는 색을 하나씩 더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작은 색들이 모여 누구와도 닮지 않은 나만의 그림 한 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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