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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나도 작업실을 갖고 싶다

 

 

 

 

 

제인 필드루이스의 <나도 작업실을 갖고 싶다>는 ‘나만의 공간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제인 필드루이스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이자 아트 디렉터, 작가이다. 특히 영화와 사진, 텔레비전 분야에서 공간과 사물을 아름답게 구성하는 일을 해왔으며, 사람과 물건, 공간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나의 멋진(My cool)’ 시리즈를 통해 오래된 카라반이나 캠퍼밴, 작은 창고와 오두

막같은 공간을 단순한 물건이나 건축물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꿈이 담긴 공간으로 소개했다.

이 책은 멋진 사진들로 가득하다.

누구나 한 번쯤 ‘나만의 공간’을 꿈꾼다. 꼭 넓고 근사한 방이 아니어도 좋다. 작은 책상 하나, 편안한 의자 하나, 좋아하는 물건을 올려놓을 선반 하나만 있어도 그곳에서 온전히 나 자신으로 머물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특별한 공간이 된다.

작업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은신처이자 ‘제3의 공간’이다.

우리의 집에서는 가족의 역할을 맡고, 직장에서는 직업인으로 살아간다. 사회 안에서도 수많은 관계와 책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은 부족해지기 쉽다. 저자가 말하는 작업실은 바로 그 틈에서 만들어진다.

이 책에는 모두 36개의 개성 있는 작업실이 등장한다.

작가의 집필실부터 미술가의 스튜디오, 음악가의 오두막, 원예가의 정원 작업실, 그래픽디자이너와 장인의 공간, 바닷가의 휴식처와 작은 별장에 이르기까지 형태와 목적도 매우 다양하다. 목차 역시 작가, 미술가, 음악가, 원예가, 은신처, 작업공간, 휴식처 등으로 나뉘어 있다.

첫번째로 소개되는 공간들은 글을 쓰는 사람들의 작업실이다. 조지 버나드쇼, 버지니아 울프, 딜런 토머스 등의 작업 공간이 소개된다.

특히, ‘자기만의 방’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버지니아 울프다. 울프에게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것까지 모두 작업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하느냐’ 보다 ‘누구로 존재하느냐’이다.

두번쨰 장에서는 미술가들의 다양한 작업실을 보여준다. 공습 대피소를 작업실로 바꾸기도 하고, 유리 스튜디오나 정원 속 오두막, 바다 위의 작업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이 공간들을 보고 있

으면 작업실에는 정해진 형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군가는 오래된 공간을 고쳐 사용하고, 누군가는 작은 오두막을 짓는다. 또 어떤 사람은 자연과 가까운 곳을 선택한다. 중요한 것은 새롭고 비싼 가구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책에 소개되는 작업실들은 완벽하게 꾸며진 모델하우스와도 다르다. 오래된 물건과 재활용품, 골동품, 개인적으로 소중한 물건들이 새로운 물건과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그래서 공간마다 주인의 삶과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음악가들의 작업실에서는 소리를 만들고 즐기는 공간의 모습이 소개된다. 노래하는 오두막, 통나무집, 자연과 어우러진 음악 공간 등이다.

원예가들의 공간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게는 정원 자체가 하나의 작업실이 된다. 식물을 돌보고 흙을 만지고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이 삶의 일부가 된다.

이 부분에서 작업실이라는 개념은 더욱 넓어진다.

작업실은 반드시 네 개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

는 일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작업실이 될 수 있다.

작업실을 ‘은신처’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때떄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은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에는 나무 위의 오두막, 낚시 오두막, 컨테이너를 활용한 서재, 작은 별장 등 다양한 은신처가 등장한다. 공간은 작지만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는 크다.

이러한 공간은 현실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의미보다는 잠시 자신에게 돌아가기 위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흔히 작업실이라고 하면 별도의 건물이나 넓은 방을 떠올린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그런 공간이 없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오히려 작은 공간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

방 한쪽에 작은 책상을 놓을 수도 있고, 베란다 한 구석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사

용하지 않는 창고나 작은 방을 정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그 공간에 나의 시간과 취향을 담는 것이다.

새로운 가구를 모두 살 필요도 없다. 오래된 책상이나 의자, 여행에서 가져온 물건, 가족에게 물려받은 물건, 내가 직접 만든 소품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

그 공간에 이야기가 쌓이면 비로소 ‘나만의 작업실’이 된다.

<나도 작업실을 갖고 싶다>를 읽다보면 처음에는 예쁜 공간에 눈길이 간다. ‘이런 곳에서 글을 쓰면 좋겠다’, ‘이런 작업실이 있다면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마음껏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공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보인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작업실은 무언가를 잘 만들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도

되는 장소다. 때로는 책을 읽고, 때로는 음악을 듣고, 때로는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는 곳이어도 된다.

결국 작업실이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공간’일 수도 있지만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36개의 작업실은 각각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신의 삶과 취향을 공간에 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업실은 그 삶의 또 다른 초상화처럼 느껴진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고 작은 공간 하나부터 만들어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 또한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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