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택호 칼럼] 한국의 ‘정(情)’, 세계를 품는 민간 외교의 디딤돌로 ‘유학생들을 품자!’
들어가며: 유학생 20만 시대, ‘수치’를 넘어 ‘마음’을 잇는 환대로
대한민국은 어느덧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캠퍼스 곳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청년들을 마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과연 우리는 그들을 진정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대우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1990년대 미국 유학 시절, 기숙사가 폐쇄된 추운 겨울방학에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Christmas International House Program’의 기억은 지금도 제 가슴 속에 따스하게 남아 있습니다. 텍사스 휴스턴의 한 가정에서 경험한 보름 동안의 홈스테이는 단순한 숙식을 넘어 미국의 문화와 시스템을 체득하게 한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한국의 ‘정(情)’을 바탕으로 유학생들을 품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판 홈스테이, 정서적 안정을 넘어선 ‘문화 공유’의 장
유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국어 교재 속의 문장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가정’의 온기입니다. 우리 재단과 한국의 가정들이 힘을 합쳐 추진할 ‘한국판 홈스테이 프로그램’은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정서적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그 당시 저는 보름 동안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미국 가정에서 머물며 NASA와 텍사스 주의회, 라이스 대학교를 견학하며 그 나라의 핵심 가치를 배웠듯, 우리 가정에 머무는 유학생들도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현장과 전통문화, 교육 시스템을 직접 체험하며 한국을 깊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낱말 뜻을 외우는 공부보다 한국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나누는 대화 한 마디가 그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한국 문화 학습이 됩니다.
▲’미래를 향한 투자’, 수조 원의 광고보다 강한 인적 자산
당시 저를 환대한 미국인들은 놀라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환대한 유학생이 훗날 본국에서 성공했을 때, 미국에 투자하고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는 그들의 안목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 가정에서 따뜻한 한국의 정을 경험한 유학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을 가장 잘 아는 ‘지한파(知韓派)’ 리더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들은 수조 원의 국가 브랜드 광고보다 훨씬 강력한 ‘민간 외교관’이자 ‘한국 홍보대사’가 됩니다. 한국에 온 유학생 한 명을 진심으로 품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의 잠재적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동맹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국가적 투자입니다.
▲글로벌 공동체로서의 성장, 아산의 정신을 잇는 ‘이음’의 가치
故 아산 정주영 회장은 “길이 없으면 찾아내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라”는 불굴의 정신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리적인 수출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잇는 ‘글로벌 이음’의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차별이나 소외 없이 한국 사회의 따뜻함을 경험하고, 당당한 글로벌 시민으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아산이 꿈꿨던 ‘세계 속의 한국’으로 나아가는 핵심입니다. 우리 재단이 앞장서서 한국의 가정들이 세계를 품는 민간 외교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결론: 한국의 가정이 세계와 연결되는 ‘희망의 문’입니다
외국인 유학생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손님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그려갈 소중한 인적 자원입니다. 이들이 한국 가정이라는 창을 통해 진정한 한국의 매력을 발견하고, 양국을 잇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낡은 배타성의 벽을 허물고 따뜻한 환대로 유학생들의 가능성을 응원하는 일, 그것이 바로 아산의 뜻을 이어 대한민국을 더 큰 세계로 연결하는 평생교육의 사명이자 시대적 소명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가족처럼 품어주는 진정한 글로벌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