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제4대 소방방재청장, ‘변방에서 허브로’ 이끈 선구안과 소명 의식 전해
곽삼근 이사장, KCEF 미래 발전 프로젝트 구상 제안

한국지역사회교육재단(KCEF, 이사장 곽삼근) 리더스클럽-BTS는 6월 11일, KCEF 서초플랫폼에서 8회차 정례 모임을 개최하고,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이어 온 세션 1을 마무리했다.
곽삼근 이사장과 주성민 명예이사장을 비롯해 BTS 구성원들이 함께한 이날 모임은 박연수 제4대 소방방재청장의 특강과 토크 파티, BTS 세션 1 활동 회고 순으로 진행됐다.
KCEF 리더스클럽-BTS는 Better Tomorrow Salon, Brilliant Thinkers Society의 의미를 담아, 각 분야의 지성과 경험이 모여 지혜를 나누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함께 모색해 왔다.
재단 초대 이사장인 故 아산 정주영 회장의 발의로 시작된 지역사회교육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이를 시대에 맞게 실천하고 더 좋은 공동체 세상을 향한 상생 협력의 힘으로 확장해 가는 데 뜻을 두고 있다.

33세 청년 공직자의 구상, “변방에서 허브로”
강연자로 나선 박연수 전 소방방재청장은 고려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도시계획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기술고등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객원연구원으로 공공정책을 연구했으며, 인천시 기획관리실장 겸 경제자유구역 준비기획단장, 지방혁신인력개발원장, 소방방재청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사)국민안전역량협회 회장으로 재임하며 국민안전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박연수 전 청장은 ‘대한민국 지도 바꾸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오늘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대교, 송도국제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이어진 구상이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각각 따로 추진한 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프로젝트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를 새롭게 그리기 위한 통합 구상이었다.
1986년, 당시 인천시 도시계획국장이었던 박연수 청장은 33세의 나이로 국장급 공직자 중 최연소였으며, 송도정보화신도시와 영종신공항을 축으로 한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도시 구상을 세웠다. 중국의 개방 가능성과 홍콩 반환 이후 아시아 비즈니스 질서가 재편될 흐름을 내다보고, 대한민국이 새로운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지로 도약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른바 ‘포스트 홍콩 전략’이었다.
박 전 청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홍콩보다 100년 앞선 미래도시’와 그 미래도시를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국제공항’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송도 앞바다의 갯벌을 매립해 미래 지식 기반 도시를 세우고, 영종·용유 일대에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해상 허브공항을 조성하는 구상은 당시로서는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였다.

‘가능성 제로’를 넘어선 1만 일의 실천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마주한 제도적·정책적 난관도 소개됐다. 당시 수도권 신공항은 이미 청주공항으로 결정된 상태였고, 송도신도시 구상은 수도권 억제정책과 충돌했으며, 영종·용유·무의도는 인천이 아닌 경기도 관할이었다. 한마디로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박연수 청장은 인천시와 중앙정부, 청와대 등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을 설득해 가며 조금씩 현실의 길을 열어 갔다. 시장과 대통령을 상대로 보고를 이어가고, 반대 논리를 하나씩 풀어 가며, 불가능해 보였던 제도와 행정구역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1986년 송도정보화신도시와 영종신공항 구상에서 출발해 인천공항과 송도국제도시, 경제자유구역, 인천대교, 바이오클러스터로 이어진 과정을 되짚었다. 2008년 발간된 박 전 청장의 저서 ‘대한민국의 지도를 바꿔놓은 남자’에는 이 과정이 ‘1만 일의 대기록’으로 담겨 있다. 이 장기적 추진 과정의 출발점에는 한 젊은 공직자의 문제의식과 기획이 있었다.
이를 현실로 옮기기까지는 세 명의 인천시장과 네 명의 대통령 시기를 거치며 수많은 보고와 제안, 검토와 조정, 협상과 결단이 쌓여야 했다. 특히 IMF 외환위기 시기에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외자유치부를 신설하고, 미국 게일사를 1년여간 설득해 투자를 유치하는 등 미래도시 조성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 갔다. 이 구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현실의 토대로 옮겨지며, 오늘날 송도의 도시·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개발과 외자 유치, 토지 공급, 행정구역 조정 등은 어느 하나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계획이 실현된다면 국가 발전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막중한 여파와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거대한 구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판단의 무게와 공직자로서의 책임은 참석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박연수 전 청장은 인천공항이 세계적 공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 입지와 사람을 꼽았다. 인천공항이 완성되는 과정에는 특히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헌신이 컸다. 1994년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강동석 전 장관은 약 10년 동안 영종도의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생활하며 건설 현장을 두루 살피고 진두지휘했으며, 해상 허브공항이라는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어 박 전 청장은 바다 위 공항이라는 인천공항의 입지는 24시간 운영과 확장성, 물류 경쟁력 측면에서 허브공항의 필수 조건이었으며,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 공직자들의 책임감과 리더십이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시대를 앞선 안목, 송도 ‘인텔리전트 시티’ 구상
송도국제도시에 대해서는 단순한 신도시 개발이 아니라 미래 국가성장동력을 담는 플랫폼이었다고 소개했다. 송도는 IT, BT, NT, FT가 융합되는 지식 기반 도시로 구상됐고, 박 전 청장은 이를 ‘송도 인텔리전트 시티(Songdo Intelligent City)’로 설명했다. IT는 정보기술, BT는 바이오기술, NT는 나노기술을 뜻하며, FT는 금융과 융합의 의미를 함께 담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첨단 기술을 갖춘 도시를 넘어, 미래 산업과 인재, 비즈니스와 생활 기반이 도시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구상이었다.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 살며 일할 수 있는 미래도시를 세우고, 이를 24시간 운영 가능한 해상 허브공항과 연결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지로 도약시키고자 했다. 이 같은 구상 역시 오늘날 송도가 바이오클러스터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처음부터 ‘씨앗’을 심어 키우기보다 성장 가능성을 지닌 기업, 곧 ‘큰 나무’를 유치하는 방식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앞당겨 조성하는 전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송도가 해외 자료와 저술에서 미래도시의 사례로 언급됐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Working Knowledge에 게재된 Garry Emmons의 아티클 ‘Designing Cities for a Sustainable Future’에서는 송도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미래도시 중 하나로 소개됐으며, 클라우스 슈밥 외 26인의 ‘4차 산업혁명의 충격’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개발된 녹색도시 사례로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니 그래이엄 스콧의 ‘미래 아이디어 80’에서는 송도신도시가 건물·자동차·에너지 시스템이 연결되는 ‘스마트 커넥티드 커뮤니티(Smart+Connected Community)’ 사례로 소개됐다고 덧붙였다.
질문과 대화로 확장된 토크 파티
강연 후에는 참석자들의 질문과 의견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토크 파티로 넘어갔다. 참석자들은 정책 결정권자들을 설득했던 과정, 33세의 젊은 공직자로서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확신을 갖고 추진할 수 있었는지, 송도 구상의 모델이 된 해외 도시 등에 관심을 보였다.
박 전 청장은 “소명 의식이 제대로 돼 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길을 뚫어 가면 된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시대를 읽는 안목과 책임을 감당하는 소명 의식이 있을 때 비로소 정책이 구상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바꾸는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되새기게 했다.
송도 구상의 참고 도시로는 암스테르담과 홍콩, 싱가포르 등을 들었다. 국제 비즈니스와 물류, 해양 입지 등에서 참고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도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주요 요소로 일자리와 교육을 꼽은 답변은, ‘배움·나눔·이음’을 바탕으로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참여하는 사회를 지향하며 지역사회교육운동의 가치를 이어 온 KCEF가 BTS와 함께 나아갈 방향과도 맞닿아 있었다.
BTS 세션 1 회고와 KCEF 미래 발전 프로젝트 구상
끝으로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BTS가 진행해 온 활동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정례 모임과 정동 일대 답사, 후원인의 밤 행사 등 주요 장면이 흐르자 참석자들은 그간의 만남과 성장의 시간을 떠올리며 소감을 나눴고, KCEF가 걸어온 길을 함께 돌아보았다.
재단 초대 이사장인 故 아산 정주영 회장은 산업화 시대를 내다보며 경부고속도로를 구상했다. 박연수 전 청장은 갯벌 위에서 미래도시를 구상하고, 인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로 이어지는 동북아 허브 구상을 현실로 옮기는 데 기여했다. 두 사람은 국가의 미래를 앞서 읽고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리더로서의 공통점을 지닌다. 박 전 청장의 재단 이사 참여는 정주영 초대 이사장이 강조했던 교육의 중요성과 미래 비전이 KCEF를 통해 더욱 힘 있게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곽삼근 이사장은 이날 강연 주제인 ‘대한민국 지도 바꾸기 프로젝트’를 KCEF의 미래 발전 프로젝트 구상과 연결해 논의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어 BTS의 지혜와 경험, 통찰을 모아 ‘더 좋은 공동체 세상을 향해’ 나아갈 길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당부했다.
이번 회동은 BTS 세션 1의 마무리이자, KCEF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며 지역사회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 갈 다음 발걸음을 떼는 자리로 의미 있게 마무리됐다.
이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