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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는 책] 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중심이 된다.

수도원과 수사, 신앙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인간이 어떻게 사랑하고, 상처받고, 이별을 견디며 살아가는가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특히 삶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요한은 수도원에서 생활하며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수사다.

그는 친구 미카엘과 안젤로와 함께 수도생활을 하면서 신앙과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요한에게 소희라는 인물이 나타나면서 그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수도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소희와의 관계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사랑은 의지대로 찾아오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요한은 소희를 사랑하면서 행복을 느끼지만 동시에 갈등하고 아파한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이별의 두려움도 커진다. 결국 그는 사랑과 신앙, 인간적인 욕망과 자신이 선택한 삶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갈등은 대부분 어느 한쪽을 쉽게 선택할 수 없듯이 요한 역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선택해야 한다. 사랑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용서할 것인지 미워할 것인지, 과거에 머물것인지 다시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더라고 아픔이 남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사랑과 상실에 머물지 않고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비극으로 이야기는 확장된다.

요한은 흥남철수 당시 수많은 피난민을 살리기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된다.

우리는 흔히 사랑이라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반드시 가까운 사람에게만 베푸는 감정이 아니며, 때로는 아무런 보답도 기대하지 않고 다른 삶의 생명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행동이기도 하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돈이나 지식, 명예가 아니라 결국 다른 사람을 향한 마음이 아닐까.

또, 이 소설 속에서 마주하는 중요한 단어는 ‘고통’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을 만나기도 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 앞에서 절망하기도 한다. 그럴때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질문한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소설속 요한 역시 이러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하지만 작가는 그 질문에 명확한 정답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고통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삶의 모든 고통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종종 생활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상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다 뜻이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 때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고통의 이유를 알아내는 것보다 그 고통을 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일지도 모른다.

요한은 자신의 상처와 상실을 단번에 극복하지 않는다. 그는 흔들리고 방황하며 때로는 절망한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삶과 희생을 만나면서 자신의 아픔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삶의 한 방식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다리는 땅과 하늘을 연결한다. 우리는 한계단씩 올라가야 한다. 한꺼번에 정상에 도달할 수는 없다. 때로는 올라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 주저앉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 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젊었을 때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행복만으로 삶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한 순간도 있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으며,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모든 순간을 지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가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상실’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다가온다.

부모님이나 친구, 배우자처럼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게 되고,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 속의 이별과 상실이 젊은 시절 읽었을 때보다 지금 읽으니 훨씬 더 깊게 마음에 들어온다.

사랑하는 삶을 잃는다고 해서 사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함께 했던 시간과 기억은 남아서 남은 사람의 삶을 계속 움직이게 한다.

떠난 사람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 역시 사랑의 한 형태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삶이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알려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랑때문에 기뻐하고, 사랑때문에 상처받는다. 때로는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오랫동안 슬퍼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다른 사랑에게 따뜻한 마음을 건네며 살아간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이 삶을 계속 이어가는 힘인지도 모른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계단을 지난다. 기쁜 순간도 있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힘든 시간도 있었다. 당시에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순간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공지영의 <높고 푸른 사다리>는 신과 인간, 사랑과 이별, 전쟁과 평화,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읽고난 후의 감정은 무거움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큰 상실을 겪더라도 다시 하루를 살아내는 마음을 갖게 한다.

우리의 삶은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무너지고 길을 잃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 한계단씩 올라가야 한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함께했던 사랑과 기억을 마음에 품고 올라간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다.

김효선 KCEF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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